<부산영화제 인터뷰>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

"이야기는 캐릭터가 하는 것…감독은 앉아 있는 존재"

(부산=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PIFF)에서 가장 주목받는 해외 손님 중 하나는 루마니아에서 건너온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일 것이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독재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불법낙태 문제를 다룬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끌어모은 그는 올해 부산에서 경쟁부문인 '뉴커런츠(새로운 물결)'의 심사위원을 맡았다.

문주 감독은 6일 오전 해운대 씨클라우드 호텔에서 열린 그룹 인터뷰에서 "이야기는 캐릭터가 하는 것이고 감독은 앉아 있는 존재"라며 영화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며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을 보였으며 영화 제목에 대한 간단한 질문에도 "물어봐 줘서 고맙다"고 반색을 하는 등 작품활동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다음은 문주 감독과의 일문일답.

--부산에 온 소감은.

▲기쁘다. 오기 전부터 부산영화제가 특별하고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직접 방문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제목은 왜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인가.

▲카운트다운의 힘이 있는 집중할 수 있는 제목이다. 날짜를 말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한다. 주인공인 두 소녀가 사회에서 받는 압박감과 결정을 내리면서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차우셰스쿠 독재 기간이 길었는데 1987년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했는데 그 일이 1987년에 발생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상징적인 시기였기 때문이다. 1987년은 군사정권의 막바지이자 최악의 시기였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인 두 소녀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지 않은 이유는.

▲이것은 '누군가의 이야기'여야만 한다. 또 영화에서 설명을 시작하면 그것은 역사 수업일 뿐이지 더 이상 영화가 아니다. 공산정권의 핍박과 심각성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 느낌으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했다.

--특별히 낙태를 소재로 한 이유는.

▲역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공산주의 정권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966~1989년까지 법으로 낙태가 금지됐다. 통치자로서는 인구가 많아야 노동집약적 산업을 키울 수 있고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킬 수 있으니 선전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나 자신이 그때 태어났다는 것도 부분적인 이유다. 낙태가 허용됐더라면 나는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낙태 문제에 대한 찬반 입장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결론은 관객이 내려야 한다.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변화는.

▲개인적인 시간이 크게 줄었다. 영화 홍보를 위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인터뷰에 응한다. 좋은 점은 5개월 전만 해도 내 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이제는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 친근한 분위기를 이용해서 교육 시스템 등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으면 좋겠다.

--리얼리즘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내가 영화를 보는 관점이 그렇기 때문이다. 삶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영화에서 힘을 느낀다. 관객 역시 자신의 삶과 비슷한 것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본다고 생각한다.

--롱테이크(길게 찍기)를 쓰는 이유는.

▲관객이 지켜보는 사람이 되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일이 컷을 하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 관객이 이야기 자체로 영화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삶이란 자신의 계획대로 되지도, 대답이 주어지지도 않는 것 아닌가. 음악이나 클로즈업을 사용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서 힘을 느낀다. 캐릭터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감독은 앉아 있는 존재다. 나는 영화를 찍을 때 (배우들에게) 코멘트를 하지 않는다.

--영화 제작과 생계를 위해 해 왔던 광고 제작 일은 계속할 생각인가.

▲광고 일로 생계를 유지하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상업적인 영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 영화가 성공을 거뒀으니 앞으로 영화 제작에 집중하고 싶다. 루마니아에 돌아가면 직접 내 영화를 배급하려 한다.

--루마니아의 영화산업은 어떤가.

▲영화 제작이 큰 비즈니스는 아니다. 연간 10~12편 정도만 제작되고 예산도 적다. 적은 돈으로 영화제 출품할 영화를 만들고, 상금으로 영화를 만들거나 해외에 파는 일이 보통이다. 그래도 신세대 감독이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아시아 영화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나.

▲아시아 영화와 미국 영화 등을 구분짓기에는 영화가 너무나 다양하다. 굳이 꼽자면 아시아 영화는 전달하는 방식이 부드러운 점과 편안한 점이 좋다.

--차기작은.

▲에피소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역시 공산주의 정권 최악의 시기에 대한 영화지만 희극적 톤의 이야기다. 여섯 가지의 이야기가 30분씩 진행될 텐데 세 가지는 찍었고 나머지는 앞으로 찍을 예정이다. 공산주의 정권 사람들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일도 저지른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루마니아에서는 크리스마스 전에 돼지고기를 먹는 게 전통인데 사람들이 가난해서 먹을 수가 없다. 한 주인공이 친척에게서 살아 있는 돼지를 받는데 이웃에 티를 안 내고 죽이려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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