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필요충분조건은 ‘경청’
◇생각열기뺛
“샘, 제는 말발이 정말 세요. 기가 질려서 토론하지 못하겠어요. 말발이 돼야죠. 한 시간 동안 싸웠어요. 도대체 말이 통해야지 말을 할 수 있죠. 자기만 잘났다고 계속 말해요.” 토론 수업은 마친 학생들의 반응이다. 이런 교실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토론은 기 싸움이고, 말 잘하기 선수를 뽑으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는 자기중심의 논지를 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토론 수업은 소수자를 중심으로 말짱들의 잔치였다. 토론에도 파래토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20%의 말짱과 80%의 수동적 참석자들의 수업이었다.
토론을 왜 하는지에 대한 목적을 합의하지 못하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토론하면 무조건 콜로세움에 들어간 검투사처럼 말의 칼날을 예리하게 세워 상대방을 찔러야 속이 시원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기술 훈련이 부족했다. 논리적으로 말하기 위해서는 적극적 듣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했다. 듣기보다는 말하기에 중심을 두고 말 잘하는 능력을 신장하려했다. 학습자들에게 토론시 상대방을 어떻게 배려하고, 말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메모하면서 듣거나 말할 때 상대방에게 적극적 듣기 신호를 보내는 대화의 기술이 부족했다.
◇생각 쌓기뺛:뺛수업일지 쓰기와 비전 명찰 달기
학습자는 수업활동을 한다. 무엇을 배웠는지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것이 정확한 것인가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 없이 수업을 진행시켜 나간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학습자가 배운 것을 전시학습을 통해서 기억 시켜주고, 확인한다. 이것은 교사의 자기 점검이지 학습자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항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학습자의 자기 수업 일지다. 매 수업 시간마다 진행을 하였다. 방과 후 학교 활동이라는 제한된 시간이었지만 유의미한 활동이었다. 수업일지는 부담감을 없애기 위하여 분량 제한을 했다. 7차시 정도까지는 100~150자, 8차시 이후부터는 300자 내외로 정해서 수업일지를 작성하였다.
수업일지에 들어갈 내용은 수업의 사실적 이해, 내용 분석, 수업평가로 자기 점검을 하고 모둠 내에서 상호 점검을 실시하여, 점검 내용이 정확성을 중심으로 따져본다. 수업의 인상적 평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습자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자는 이 단계를 거쳐서 내재화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동일하게 90분을 활동한 학습자이지만 자신이 체득한 것을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가 강조하거나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학습자마다 상이하게 나타난다.
자기 수업일지 쓰기는 학습자의 학습이 질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고, 그 변화가 유의미한 것인가도 알 수 있는 과정 중심의 점검 방법이다. 자신이 성취하지 못한 학습내용을 모둠 내 다른 학습자들을 통해서 발견하므로 긍정적 상호의존의 협동 학습 원리도 적용되는 셈이다.
토론 수업을 진행하는 도중에 많이 겪는 어려움은 자신의 입장이 어디에 속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성취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지 못한 학생들이 많아서 토론에 진지하게 참여하는 숫자가 적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비전 명찰’이고 ‘입장 표명 카드’이다. 내가 가고 싶어 하는 진로를 정해놓고 지금 내가 하는 활동이 그 꿈을 성취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사실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자신의 비전을 직접 정하기 때문에 꿈 설계를 구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 꿈을 밖으로 노출시켜서 자신의 의지를 다지는 결과도 가져온다. 고3의 경우에는 진로 학과를 정할 수도 있고, 중학교 경우에는 원하는 직업을 적어도 된다. 점차 갈수록 꿈의 현실화, 구체화가 나타난다. 비전 명찰은 포트폴리오의 역할도 수행한다. 선배들의 꿈을 후배들이 갖게 함으로써 동일시 현상을 일으킨다.
입장 표명 명찰은 자신의 의견이 무엇인지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특히 40명 정도의 다인수 학습에서 토론을 진행할 때 학습자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또한 학습자도 주어진 논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토론의 논점을 일관성 있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입장 표명 카드는 강력 찬성, 약한 찬성, 강력 반대, 약한 반대, 제3의 의견으로 구성된다.
◇생각에 날개 달기뺛:뺛두마음 토론
두 마음 토론은 모둠의 구성을 구조화 또는 비구조화에서 찬반 토론을 진행한다. 찬반의 가치 갈들이 있는 주제를 제시하면 학습자가 자신의 주장을 중간자에게 말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토론 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학습자들에게 초기 단계에서 실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토론의 분위기를 조성 시킬 수 있다.
또한 배경지식이 필요하지 않은 주제를 선택해서 토론을 진행해도 된다. 토론의 승패를 나누기 때문에 관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간자 또는 심판관은 토론이 끝난 후에는 관찰자와 협의를 해서 승패를 정해야 한다. 관찰자가 시간 지킴이의 역할 이외에 토론 내용을 기록해야 하는 역할도 있다. 협의를 통해서 찬반의 승패를 가른 다음에는 토론자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는 순서도 있어야 한다. 이의 신청은 학습자들의 토론 과정의 절차를 드러나게 하여 집중력을 신장시키고, 토론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승복을 얻어 낼 수 있는 장치이다.
두 마음 토론은 긍정적인 상호 의존이라는 협동학습의 기본 원리에서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직소 토론을 진행한다. 직소 토론은 전문가 집단을 만들어서 토론의 내용을 풍성하게 하고, 주제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찬반 리그를 만들어서 전문가 집단을 만들고, 관찰자 집단과 중간자(심판관)집단을 만들어서 교사가 교육을 실시한다. 또한 토너먼트 게임 방식을 적용할 수도 있다.
◇삶과의 접속
토론은 대화가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입장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다. 통(通)하면 편안해지고, 통(通)하지 않으면 고통(痛)스럽다. 통(通)한다는 것은 사이(間)를 좁히는 행위다. 물리적 사이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사이도 가까워지는 것이다. 때론 나도 틀릴 수 있으며 내가 아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여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경청이야말로 토론의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적용하기
1. 자신이 토론을 할 때 무엇을 중요시 하는가를 살펴보고, 토론 자기점검 일지를 작성해보자.
2. ‘체벌은 교육적으로 필요하다’를 두 마음 토론으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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