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섹스문화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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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간돼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한동안 고수했던 ‘섹수스 플리타쿠스(Sexus Politicus)’는 “프랑스에서 성공한 정치인은 대부분 바람둥이”라고 묘사했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은 “내가 장관이었을 때는 몇몇 여성들이 나를 거절했지만 대통령이 되자 단 한 명도 거절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통령 시절 1천700만명의 프랑스 여성과 사랑을 나눴다”고 자신의 연애담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던 그는 79세 때 애인과 잠을 자다 침대에서 숨졌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프랑스와 미테랑 전 대통령처럼 일본인 애인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설이 있었다. 시라크가 애인을 만나기 위해 종종 밤늦게 엘리제궁을 빠져나가자 부인인 베르나데트 여사는 대통령의 운전사에게 “남편의 오늘 밤 위치는 어디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러나 군인 정신을 중요하게 여긴 드골 전 대통령은 유일하게 여성편력이 없었다고 한다.

독일 ‘슈피겔’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랑스 정치인들의 사생활이 언론에 의해 ‘폭로’되는 수준을 넘어 정치인들 스스로가 사생활을 공개한다고 지적했다. 사회당의 루아얄은 53세의 나이에도 주름 하나 없이 탄탄한 몸매로 수영장에서 나오는 모습이 타블로이드 1면을 장식해 화제가 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은 장관 시절 아예 할리우드 연예인 뺨치는 스캔들을 공공연하게 뿌리고 다녔다. 그는 부인 세실리아가 수개월 동안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TV 프로그램에서 “수많은 다른 가족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공개하면서 프랑스 국민들의 동정심을 자극했다.

이후 20세 연하의 여기자와 사귀는 것이 들통나기도 했으나 지난해 초 ‘세실리아가 사르코지 장관에게 돌아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랑의 승리’니 ‘화해의 여름’이니 하는 제목으로 신문 머릿기사를 장식했다. 그랬던 사르코지·세실리아 부부가 최근 이혼했다. 동양권이었다면 임기 중 이혼한 대통령에 대해 ‘수신제가도 못했다’고 탄핵이라도 할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었겠지만 프랑스에선 역시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대통령이 이혼했다고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혼자 살 것 같진 않다. ‘프랑스에선 섹스도 정치’라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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