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극단 산울림 ‘꿈꿔서 미안해’

희극배우 가족의 애환  잔잔한 감동으로 그려

“내 꿈은 무대에서 연기하다 쓰러져 죽는거야.” “그래요, 당신은 꿈을 이뤄 행복할거예요.”

지난주 서울 홍대 앞 산울림 소극장에서 후배들과 함께 극단 산울림이 극단 설립 제22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따로 또 함께’ 프로그램의 여섯번째 공연으로 무대에 올린 연극 ‘꿈 꿔서 미안해’(윤대성 작·임영웅 연출).

이 작품은 전무송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이 주연을 맡았고, 딸과 사위와 함께 연극가족이 함께 연기한다고 해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오랜만에 극 속에서 연극인 송병숙과 정상철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독고라는 늙은 희극배우 독고(전무송 분)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들과 삶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 윤대성씨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배우 전무송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희극배우로서 남들에게는 웃음을 주었지만 가족들은 돌보지 않은 남편, 그러나 그런 아버지를 사랑하고 결국 용서하고 화해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과장된 몸짓 없이 노배우의 삶을 담담하고 잔잔하게 그린 전무송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독고의 부인 김씨역을 맡은 성병숙의 원숙하고 리얼한 연기가 돋보였다. 과장되지 않은, 삶 속에서 묻어나는 연기를 통해 극의 의미를 더해 줬고 며느리와의 대화를 통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연스레 이끌어 내는 노련함도 보여줬다.

이 연극에선 다른 연극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장함이나 극적 반전, 긴박감 등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우리 일상처럼,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처럼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간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상황이나 극 전개를 이해하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극 말미 부인이 먼저 떠난 남편을 껴안고 울음을 터트리며 용서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끝내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고, 잔잔한 감동을 전달해 주는 정도일 뿐이다.

손자가 태어나는 그 시각, 가족들이 임종을 하지 못한 채 극단 후배단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독고, 결국 홀로 남은 부인이 자신을 껴안고 터트린 용서의 울음으로 위안을 삼으며 웃는 얼굴로 떠난다.

이 작품에선 독특한 연극적 기법이 사용됐다. 일반 연극들이 극과 극 사이를 연결하는 암전을 무의미하게 장면을 전환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노래와 음향을 곁들여줌으로써 관객들이 극 전개를 미리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연출가 임영웅 선생의 세번째 시도라는데, 색다르면서도 머릿속에서 극 전개를 미리 상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연극이 끝난 후 늦은 밤 전무송 감독과 골뱅이를 안주삼아 소줏잔을 기울이며 나눈 대화가 아직도 머릿 속에 맨돈다. “내 꿈은 무대 위에서 연기하다 쓰러져 죽는거야.” 연극 제목 ‘꿈 꿔서 미안해’에서 느껴지듯 저마다 치열한 삶의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들이 소망하는 꿈의 한 자락처럼 말이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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