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김진옥 ‘나비의 긴 나래’

우리 춤사위…은은한 매력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정민류 교방무 퍼레이드 ‘나비의 긴 나래’가 지난 3일 경기도국악당에서 펼쳐졌다. 정민류 춤인 축원무, 교방장고춤, 화선무, 교방검무 등을 김진옥 정민류 교방춤보존회장이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린 것. 짱구엄마 성우 송연희씨의 간드러진 사회로 시작된 공연은 아름다운 한국 무용의 한 맥을 짚는 자리가 됐다.

교방무는 절제하면서 은근한 매력이 넘치는 전통무용 중 눈짓과 손짓이 유난히 교태스러웠다. 무대에 등장한 한 무더기의 무용가들이 간드러지는 동작으로 서로 교태를 겨루는 듯 보였다. 현대적으로 살짝 개량된 비단 한복은 알록달록 색색이 의상이 고와 별다른 장식이 없는 무대를 화려하게 꾸몄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것은 축원무와 태평무. 풍년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축복한다는 뜻을 가진 춤으로 섬세한 발놀림과 빠른 장단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이는 태평무는 휘몰아치는 모든 장단이 춤사위에 배어들어 춤의 사군자 중 난에 비유된다.

세 명의 무용가가 무대에 등장했을 때, 선배 전통무용가들 사이 유난히 키가 작은 무용가에 눈길이 모아졌다. 한국무용 신동이라고 알려졌지만 아이라서 잘 추면 얼마나 잘 추랴 싶었던 양정현 어린이였다. 프로필을 보니 전국무용협회콩쿨 특상과 각종 대학 무용콩쿨 대상을 차지했단다. 전문 무용가들과 춤을 추는 모습에서 전혀 어색하거나 부족해보이지 않았다. 앙증맞은 동작에 객석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양정현 어린이는 흥에 겨워 도는 모양이 인형같았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 김진옥 무용가는 무대에 올라 현재 김 무용가만 추고 있는 정민류 교방타고무를 선보였다. 입춤을 추다 흥이 넘치면 북채를 들고 북을 치기도 하고 분위기에 따라 살풀이를 추다 북을 치기도 하는 즉흥무였다. 교방에 들어온 듯 병풍에 둘러싸여 잘 꾸며진 세트에서 김 무용가는 홀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공연을 이어갔다. 흔히 볼 수 없다는 다양한 북가락의 기법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리였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북춤이었다. 생기발랄한 분위기로 춤이 시작되자 사물놀이에 전통 피리소리까지 곁들여져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단점을 말하자면, 무대 한켠의 돌벽 세트와 오리 모양 솟대는 낡고 오래돼 보이는데다 지저분해 전체적으로 공연의 분위기를 해쳐 치우는 편이 나았다. 공연을 설명하는 빔 프로젝트는 화질이 좋지 않아 뒷자리 관객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했다./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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