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북의 대향연… 포천시민 가슴 울려

넓은 광야를 달리는 자유로운 말들처럼 가슴을 울리는 경기도립 무용단의 북의 대향연은 포천 시민들을 감동시킨 이날 공연의 하일라이트였다.

세계 속의 경기도립무용단(예술감독 조흥동)과 (사)한국무용협회 포천시지부(지부장 한동엽) 공동 주최로 공공예술단과 민간예술단과의 상생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지난 16일 오후 6시 포천시 반월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올려진 무용공연 ‘어울림’은 도립무용단의 멋진 공연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지역 관객들에게 고급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자리였다.

이를 반증하듯 900여석의 객석은 부모들의 손을 잡고 함께 온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만원사례를 이뤘고 지역의 내로라 하는 유지들도 참석, 지역잔치 같은 분위기를 보였다.

공연은 먼저 1부 행사로 포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용인들이 꾸몄다. 막이 오르자 건장한 무용수가 등장, 경쾌한 음악과 함께 힘이 느껴지는 1인 독무 ‘사랑했기에…’를 펼쳐보였다. 그리움이 깊어 그늘 속에 핀 꽃처럼 시리고 아프게 몰래 피었다 떨어지는 한 잎의 꽃잎처럼 애태우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어 6명의 무용수들이 사물놀이팀의 반주로 우리춤과 가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판굿’을 선보였다. 남성적인 군무를 바탕으로 정교한 가락과 굵은 춤사위, 경쾌한 몸놀림 등 새로운 시도로 신선함을 던져주었고 흥겨움으로 관객들의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이끌어 냈다. 세번째 9명의 무용수들이 등장한 부채춤 ‘영혼의 그리움으로 흩날리고’는 전통의 부채춤을 현대화한 창작춤으로 선보여 신선함을 주었고 멋진 조명과 어우러져 고운 자태를 뽐냈다.

이어진 2부 공연은 도립무용단의 실력을 포천 시민들에게 각인시킨 멋진 무대였다.

첫 작품은 진도지방의 ‘강강술래’로 시작했다. 밝은 보름달을 배경으로 무용수들은 빠른 발놀림으로 강강술래를 선보였고 고운 자태에 넋을 잃고 관람한 관객들은 무용수들이 무대 뒤로 사라질 때까지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어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는 북춤 ‘역동’에서는 한 동작마다 등장한 10명의 고수들이 경쾌한 꽹과리의 선율을 따라 관객들의 가슴을 고동치게 하는 격정적인 파고로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남성적인 북춤 ‘역동’에 이어 어두움 속에 빛을 받은 부채들이 등장하며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부채춤이 이어지자 객석에선 탄성이 이어졌다. 화려한 무대의상은 물론 야광으로 된 꽃을 만들어내자 노인 관객들은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쏟아내며 연신 박수를 보냈다.

파동의 물리적인 현상을 모티브로 한 현대부용 ‘파동’과 옛부터 구전돼온 사랑의 사연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 2인무 ‘사랑의 향기’에 이어 ‘장고춤’과 ‘무사도’, 우리 고유의 타악기인 북과 손에 든 반고(작은북)를 사용해 여인들의 정중동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여인의 고정’, 남성적인 ‘진도북춤’ 등 도립무용단의 소품 공연이 이어졌다. 도립무용단 소품 공연의 피날레는 ‘북의 대향연’으로 이어졌다.

도립무용단원 전원이 출연해 고요하게 떠오르는 해오름의 장중함을 시작으로 대고, 좌고, 승전고, 모듬북, 장고, 앉은북 등을 이용해 한민족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며 때로는 유하면서도 때론 강하게 수천마리의 말들이 광야를 달리며 세상을 향해 포효하는 기상을 유감없이 발휘해 관객들은 도립무용단의 웅장한 북의 향연에 매료돼 최고조의 감격을 만끽했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