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득세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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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미국의 침공으로 축출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다고 한다. 6년전 권좌에서 쫓겨났던 탈레반은 국경 너머 파키스탄의 케타 등까지 도망쳐 근거지를 형성하고 다시 힘을 길렀다. 탈레반 세력 확장의 가장 큰 요인은 아프간 사회에 만연한 빈곤과 실업이다. 친서방 정부 출범 뒤에도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다시 탈레반에 기대게 된 것이다.

아편 생산을 통제하지 않는 탈레반은 그 판매 대금을 안정적인 재원으로 삼고 있다. 최근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이웃 파키스탄은 물품 공급의 통로다.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체첸, 중국 신장성 등에서 국제 이슬람주의의 ‘성전(지하드)’을 부르짖으며 참전하는 ‘외국계 탈레반’도 늘었다. 1970~80년대 옛 소련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이슬람권 각국에서 전사(무자헤딘)들이 아프간에 몰려들었던 것을 재현한 듯한 풍경이다.

반면, 탈레반이 물러간 아프간에서 평화유지와 국토재건을 이룩하겠다며 들어온 나토(NATO) 중심의 국제안보지원군(ISAF)은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연합군은 애초부터 카불 주변 지역의 안정을 목표로, 제한적인 지역에서만 작전을 진행했다. 4만 명에 이르는 현재 지상군의 병력 규모론 ‘해방’시킨 지역을 방어할 능력조차 없다. 점령지에서도 탈레반이 완전히 소탕되지 않고 무장 충돌이 잦다.

다국적 민간 연구소 ‘센리스 카운술’이 낸 최근 보고서 ‘혼돈 속으로, 벼랑끝의 아프간’에서 아프간의 54% 가량을 탈레반이 영구적인 거점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과거엔 넘보지 못했던 지역까지 장악했다는 탈레반은 아프간 동부·남부, 파키스탄 국경 산악 지대의 주요 거점을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 사실상의 정부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어, 신병 모집과 훈련에도 장애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탈레반과 정부군·연합군 사이의 전선은 수도 카불 쪽으로 점점 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탈레반이 공언해온 대로, 이들이 2008년 카불 입성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NATO군의 병력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파병이 연장된 한국군이 점점 위험해지는 아프간의 사태가 걱정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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