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실화로 만든 동화 '메리 크리스마스'

(연합뉴스) 프랑스ㆍ독일ㆍ영국 합작영화 '메리 크리스마스'(감독 크리스티앙 카리옹)는 '크리스마스에는 온누리에 사랑을…'이라고 외치는 착하디 착한 성탄절용 영화다.

고향에 두고 온 임신한 아내를 그리워하거나 늙은 어머니를 걱정하는 병사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안쓰러운 마음이 들고, 낮까지만 해도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병사들이 밤에는 크리스마스 캐럴로 하나로 뭉치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절로 따뜻해진다.

특히 가장 성공적인 성탄절 영화로 꼽히는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 '러브 액츄얼리'의 재탕물들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관객이라면 유럽 영화 특유의 잔잔한 감동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았지만 상처와 갈등보다는 우정과 화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쟁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도 동화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나마 영화에서 현실성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은 3개국 병사들이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 다음 순간, 즉 영화가 절반 지점을 넘어선 뒤부터다. 그 전까지는 '설마 저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까' 싶은 비현실적인 느낌이 계속된다.

주인공인 군인들은 누구보다도 가족을 사랑하고 전쟁에 염증을 내는 평화주의자들이다. 반면 현실에 존재할 법한, 영화에서는 극적 순간을 이끌어낼 만한 악인이 없다. 선량한 주인공들을 전장으로 내몬 책임의 소재는 온데간데 없고 인간이 만들어낸 비극인 전쟁은 신이 내린 시련에 가깝게 묘사된다.

주인공들을 묶는 끈이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보편적 휴머니즘보다는 '우리는 모두 같은 크리스천'이라는 종교적 동질감에 가까워 보인다는 점에서도 크리스천이 아닌 관객의 감수성에 얼마나 호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914년 여름 독일 베를린 오페라하우스 최고의 테너 가수인 슈프링크(벤노 퓨어만)는 프리마돈나이자 연인인 안나(다이앤 크루거)를 두고 참전한다. 또 스코틀랜드 성공회 신부 팔머(게리 루리스)는 자신이 맡고 있는 교구의 조너선 형제가 전장으로 나가자 그들을 염려해 군종신부로 자원한다. 프랑스에서도 임신한 아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독일군에 점령됐다는 소식을 듣고 잠 못 이루고 있는 오드베르 중위(기욤 카네)가 부하들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 북부를 경계로 대치하고 있다. 12월24일 밤, 잠시 총격이 멈춘 틈을 타고 스코틀랜드군 쪽에서 팔머 신부가 백파이프를 불고 독일군 쪽에서 슈프링크가 그에 맞춰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화답한다. 프랑스군도 동참하고 결국 세 부대의 책임자들은 모여서 임시 휴전하기로 입을 모은다. 이들은 한데 모여 팔머 신부가 진행하는 미사에 참례하고 음식과 술을 나눠 먹으며 친구가 된다. 아침이 밝자 세 부대의 군인들은 예전과 같이 상대방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기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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