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화 ‘Another ViewⅡ’전
평면은 입체가 되고 입체는 평면이 된다. 미술도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 평면회화와 조각, 한국화, 미디어, 퍼포먼스 등등. 특히 뒤샹부터 시작한 레드메이드 작품은 이것이 미술작품인지조차 모호하다.
그런데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작품이 있다면 이것은 어떤 분야일까. 굳이 구분지을 필요는 없다. 감상자가 보고 느낀 감흥을 만끽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작가의 창작의도를 엿보면 감상의 재미는 배가 된다.
황은화(46·수원시 권선구 구운동)는 3차원 공간에 2차원 평면을 그린다. 얼핏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떻게 평면과 입체가 한 공간에 존재하는지…. 대안공간 눈(4~13일)에서 열린 개인전 ‘Another View Ⅱ’에 전시된 작품들을 들여다보며 그 해법을 찾아보자.
먼저 황은화는 작품을 만들기전 전시공간을 치밀히 관찰한다. 벽면과 바닥, 천장은 작품이 설치되는 위치와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서로 각을 이루는 전시공간이나 캔버스의 작품은 자연스레 3차원 공간을 이룬다. 이곳에 원형이나 사각형의 도형을 그려넣는 작업이다.
감상자의 위치에 따라 이러한 도형은 굴곡진 각을 따라 2차원의 완벽한 형태를 나타낸다. 그런면에서 적극적인 감상자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황은화는 시각적 환영을 의도하지는 않는다.
황은화는 “어떤 사람은 완벽한 형태의 원 등을 볼 수 있는 지점을 미리 표시해 두는 것이 어떻냐고 말하지만, 감상자가 동선을 따라 이동하다보면 자연스레 작품 전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미술평론가는 ‘공간의 예술시각화’라고 황은화의 작품을 평했다. 황은화는 캔버스에 머물지 않고 전시장 전체가 작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프(선)는 캔버스를 넘어 벽면이나 바닥으로 확장되고 원이나 사각형의 납작한 2차원 이미지는 3차원 공간(벽면)과 어우러져 자연스레 합치된다.
공간을 거스르지 않고 공간과 더불어 새로운 미술작품을 창작하는 황은화는 멀리서 대상을 바라보고 그리기를 반복한다. 고단한 노동이 필요한 이 작품은 정작 전시가 끝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벽면까지 확장한 작품을 뜯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안공간 눈에서 펼친 작품은 부조를 첨가시켰다. 작품 ‘의자’ <사진> 는 의자 한 모서리를 돌출시켰는데, 이 또한 일정한 거리에서 바라보면 2차원 평면 의자로 보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작품 ‘Red Studio’와 ‘Blue Studio’. 이 작품은 작가 자신만의 작업공간을 갖고 싶은 바람이 담겨 있다. 사진>
“내 공간을 갖게 되면 어떻게 꾸밀까 생각해봤어요. ‘Red Studio’는 마티스의 ‘붉은 방’이나 ‘붉은 작업실’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었어요.”
공간에 대한 물음과 그 물음을 풀기 위해 고민하는 황은화의 작품은 그래서 늘 진행형이다. 공간을 거스르지 않고 포용하는 미적 감성이 아름답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