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토론) 불로소득은 나쁜 것인가?

불로소득은 일하지 않고 얻은 수익을 말합니다. 이자, 주식 배당금, 지대, 복권, 증여, 상속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동안 불로소득은 지탄의 대상이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부동산 투기를 통해 돈을 버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로소득을 꼭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엄밀히 따지면 모든 투자는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는 것 아닌가요? 또 우리가 흔히 불로소득이라고 말하는 주식이나 토지거래로 인한 소득도 결국은 인간의 정신적 노동과 판단이 들어간 ‘일해서 얻은 수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우리가 토론해볼 주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불로소득은 정당화될 수 있는지, 불로소득 중에서 지탄받아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눌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봅시다.

<생각열기>

물고기를 나누는 가장 공평한 방법은?

※ 다음의 이야기를 잘 읽어본 후 물음에 답해보세요.

어느 무인도에 두 사람이 물고기를 잡으며 살았다. 두 사람은 하루 종일 일해서 각각 물고기 한 마리씩 잡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중 한 사람이 물고기를 잡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던 끈을 이용하여 그물을 만들었다. 그물의 위력은 대단했다. 맨 손으로는 하루에 한 마리의 물고기 밖에 잡지 못했지만, 그물을 이용하니 하루에 네 마리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그물을 만든 사람은 다른 한 명에게 그물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 대가로 그는 매일 두 마리의 물고기를 요구했다. 그물을 만든 사람은 그 날 이후 계속 놀면서도 항상 두 마리의 물고기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나머지 한 명도 과거엔 하루 한 마리밖에 얻지 못했으나 지금은 두 마리의 물고기를 가지게 됐다.

1.여러분은 그물을 만든 사람에게 일을 하지 않아도 매일 두 마리의 물고기를 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러한 처사는 부당한 것일까요, 아니면 정당한 것일까요? 정당하다면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보고, 부당하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해봅시다.

2.인류 역사에서 최초의 이자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3세기경이라고 합니다. 당시, 은과 보리를 빌릴 때의 이자율이 각각 연 33.3%와 연 20%였다고 하네요. 오늘날에도 이자는 금융소득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물을 만든 사람이 요구하는 물고기 두 마리는 이 같은 이자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 둘 사이에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1. 불로소득이란 무엇인가요?

불로소득(不勞所得)이란 말 그대로 일을 하지 않고 얻는 수익을 말해요. 불로소득에 해당되는 것은 많아요.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으로 복권, 경마가 있어요. 알다시피 복권이나 경마를 통해 얻은 돈은 내가 노력해서 번 돈이 아니에요. 운에 따른 것이지요. 또 적은 금액으로 많은 돈을 얻을 수 있고요.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격이 오르거나 증여·상속에 의한 재산증식, 금융기관에 자산을 예치하고 받는 이자, 배당금, 지대(地代) 등도 불로소득에 포함돼요. 즉, 생산과정 없이 얻은 소득인거죠. 불로소득은 노동에 의하지 않은 소득이라는 의미 외에 자신의 활동이나 경제적 기여 없이 우연한 시장조건의 변화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요.

2. 불로소득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자신의 재산권에 기초하여 부를 축적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때문에 불로소득은 소유의 독점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큰 규모로 이루어지는 특성도 있어요. 소수에게 독점적인 재산권이 집중되었을 때 경쟁을 통한 거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기 때문이죠. 또한 불로소득은 모험적인 요소도 강해요. 앞날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장래의 소비를 위한 지출을 하는 측면도 가지고 있죠. 다시 말해 장래에 보다 큰 효용가치를 얻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유보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거예요. 때론 그 위험이 큰 손실을 가져다주기도 하죠. 그리고 비생산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고용을 증대시키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3. 불로소득의 대표적인 예를 들어 주세요.

가장 대표적인 것은 부동산에 의한 불로소득이에요. ‘집값이 거품이다, 비싸다’는 얘기를 언론보도를 통해 많이 들어보았죠? 실제로 우리나라 집값은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어요. 이를테면 천만 원을 주고 산 집이 이제 1억 원이 돼 있는 거지요. 그렇다면 그 차익인 9천만 원은 불로소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어떠한 노력이나 가치 생산을 하지 않았는데도 9천만 원이라는 소득을 올리게 된 거니까요. 특히 우리나라 상위 1~2%의 사람들은 자산을 이용해 땅이나 집을 사고팔면서 그 차익으로 돈을 축적한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또다시 더 많은 부를 축적하죠. 이렇게 부가 증대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고용증대나 부가가치 창출이 없고, 전국적인 물가상승과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어요. 2005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은 총 346조원으로 2004년 한 해 동안 1천4백만 노동자에게 지급한 임금 총액인 342조원을 넘어서고 있어요.

4. 하지만 모든 불로소득이 지탄받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이자를 생각해 볼까요? 현대사회에서 금융권을 통한 이자 수입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이자도 분명히 일하지 않고 돈을 버는 행위인데 말이죠. 또 어떠한 기업의 주식을 사고 그로부터 배당소득을 받는 것도 불로소득이지만 비난받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죠.

이는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 때문이에요. 하지만 사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모호하고 어려운 일이에요. 투자와 투기는 둘 다 위험을 수반하고,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은 같거든요. 그럼에도 나누어 본다면 투기는 수익이 예상되는 곳에서 빠르게 시세차익만을 노리는 특징이 있어요. 반면 투자는 장기운용을 염두에 두고, 신뢰와 책임감이 있죠. 산업자금으로 활용되면서 부가가치 같은 가치를 만들어내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주식을 통해 자신이 투자한 자본이 기업으로 들어가 기업의 생산 활동에 도움을 주고 결국 기업의 가치가 상승해 주주들에게 많은 배당금을 줘 수익이 났다면 이것은 투자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시세차익을 노려 짧은 시간에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투기에 해당하죠.

5. 불로소득이 생겼을 경우, 정부는 어떻게 하나요?

정부는 모든 소득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해요. 불로소득의 경우에는 세금의 비중이 일반 소득보다 높은 것이 특징이죠. 이를 테면 복권이 당첨되면 당첨금에서 복권구입액을 뺀 나머지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해요. 상속세의 경우 상속받는 금액이 35억을 초과할 경우 10~50%의 상속세를 내야 하고요, 이자소득세는 15.4%예요. 토지나 건물 등 자산의 양도로 인한 이익에 대한 세금인 양도소득세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부과되는 보유세도 불로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윤아 유레카논술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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