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추억 속의 사랑 'P.S. 아이러브유'

(연합뉴스) '300'의 제라드 버틀러와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힐러리 스왱크가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P.S. 아이러브유'는 자못 신선한 듯한 구성양식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상 뜯어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멜로물이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연인이 죽은 뒤에 편지를 하나씩 부쳐오고 그 편지로 인해 연인과의 애틋했던 사랑을 추억하며 행복을 되새긴다는 내용인데,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냥 시점을 거슬러 올라가 진행되는 멜로물과 다를 것이 별반 없다.

그리고 애절한 멜로물 주인공으로서의 제라드 버틀러-힐러리 스왱크 커플은 어딘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혀놓은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300'과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일까.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아일랜드 남자 제리(제라드 버틀러)와 뉴욕 여자 홀리(힐러리 스웽크)는 출신 배경도 사고방식도 서로 다르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이다. 하지만 영원히 함께 하자던 둘의 약속은 뜻하지 않은 제리의 죽음으로 허무하게 끝을 맺는다.

유일한 사랑이던 제리를 잊지 못한 채 절망 속에 살아가던 홀리의 30번째 생일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제리로부터 편지 한 통이 도착하면서 홀리는 잊혀져갔던 제리와의 사랑을 추억하게 되는데….

홀리는 제리와 처음 만나 사랑을 싹틔웠던 아일랜드로 여행을 떠나고 제리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더듬어가며 아련한 사랑의 추억에 빠져든다.

제리는 죽기 전에 홀리에게 보내는 여러 통의 편지를 주도면밀하게 써놓고 순차적으로 홀리에게 전달되도록 해 홀리가 연인의 죽음으로 인한 절망을 딛고 일어서 새로운 사랑과 인생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해놓았던 것.

영화는 제리와 홀리가 처음 만났던 시절의 회고 장면과 현재 절망에 빠져 있는 홀리가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시공간을 뛰어넘어 발전하고 교차되는 감정의 흐름을 파노라마적으로 보여준다.

홀리는 제리의 고향을 찾아가 옛 사랑의 추억에 젖는가 하면 뉴욕에 돌아온 뒤에는 늘 옆에서 위로가 돼주던 단짝 여자친구들의 결혼과 임신으로 뼈저린 외로움과 불행에 빠져드는 등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오간다.

영화는 결국 홀리가 주도면밀하고 자상한 제리의 배려로 새 인생을 찾아간다는 식의 결말로 막을 내리는데, 홀리가 절망에서 벗어날 만한 특별한 계기가 없는데도 그저 편지 몇 통으로 심리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설정이 비현실적이고 크게 설득력이 있어 보이질 않아 뒷맛이 밍밍한 느낌이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영화 제목인 P.S.는 후기(後記)를 뜻하는 영어 단어 'Postscript'의 약자다.

내년 1월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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