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사들, 슈퍼볼 광고 따내려 각축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할리우드가 내년 슈퍼볼을 최고의 광고 기회로 최대한 이용할 전망이다.

슈퍼볼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인 프로풋볼(NFL)의 챔피언 결정전. 최근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올해 할리우드는 제42회 슈퍼볼 중계 기간에 8편의 영화를 홍보할 계획이다.

내년 2월3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리는 슈퍼볼 경기는 폭스TV에서 생중계하는데, 올해 30초 광고는 편당 270만~300만 달러(한화 25억~28억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할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들은 9천만 명이 시청하는 슈퍼볼을 통해 관객에게 1년 내내 남는 인상을 주기 위해 거액을 들여 홍보에 나섰다.

올해 초 슈퍼볼에는 디즈니의 '거친 녀석들'과 '로빈슨 가족', 와인스틴 컴퍼니의 '한니발 라이징' 정도만 경기 도중 광고를 내보냈다.

그러나 내년 여름 선보일 블록버스터 영화인 파라마운트의 '아이언 맨', 소니가 배급하는 윌 스미스 주연의 '행콕'과 애덤 샌들러의 '조한에게 참견하지 말아요!', 윌 페럴의 스포츠 영화 '세미프로' 등의 광고들이 내년 슈퍼볼에 등장한다. 특히 '세미프로'의 배급사인 뉴라인의 경우 매년 특이한 슈퍼볼 광고를 내보내는 버드와이저 맥주와 공동으로 광고를 제작해 페럴이 이 광고에 영화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페럴이 농구선수, 구단주, 감독으로 출연하는 이 영화는 내년 2월29일 미국에서 개봉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하는 '아이언 맨'의 경우 5월 개봉할 예정인데,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 같은 다른 만화 캐릭터보다 덜 알려져 있어, 슈퍼볼 같은 대형 이벤트를 통해 인지도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디즈니는 현재 픽사 애니메이션인 '월-이(Wall-E)'와 '나니아 연대기:카스피안 왕자' 둘 중 하나를 놓고 어느 영화를 슈퍼볼에 광고할지 고민중이다. 이밖에 유니버설, 워너브라더스, 20세기폭스 등은 슈퍼볼 광고시간은 확보했지만 경쟁 영화사에게 광고 전략을 미리 알려주고 싶지 않거나 홍보할 영화를 아직 선택하지 못해 어느 영화를 홍보할지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드림웍스와 MGM은 올해 슈퍼볼에 영화광고를 내보내지 않을 계획이다.

이렇게 할리우드가 예년에 비해 슈퍼볼을 통한 영화 광고에 적극적인 이유는 작가조합 파업으로 인해 각종 심야토크쇼가 취소돼 영화 홍보 채널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폭스TV는 자사의 인기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의 사회자 라이언 시크레스트가 슈퍼볼 전에 열리는 프리게임 스페셜에서 슈퍼볼 광고에 나오는 영화 출연스타들을 인터뷰하는 코너를 마련해 더욱 영화사들이 경쟁적으로 슈퍼볼 광고시간을 구입했다. 이 프리게임 스페셜은 TV뿐만 아니라 특별한 마이스페이스 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중계된다.

20세기폭스는 지난 96년 영화사로는 최초로 슈퍼볼 도중 '인디펜던스데이' 광고를 선보여 큰 성공을 거뒀다. 이밖에 '아마게돈' '매트릭스' '우주전쟁' 등도 슈퍼볼 광고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해 초 디즈니의 '거친 녀석들'이 슈퍼볼 광고 덕분에 개봉 첫 주말 예상을 훨씬 넘는 4천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기록한 바 있다.

물론 슈퍼볼 광고가 늘 성공적인 흥행성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이안 감독의 '헐크'는 실망스러운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뒀고, 지난해 영화 '프라이드'의 슈퍼볼 광고에 200만 달러 이상을 쓴 라이온스게이트는 미국내 박스오피스에서 겨우 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한편 슈퍼볼에는 영화뿐만 아니라 맥주, 픽업트럭, 크레디트카드 같은 다양한 종류의 제품 광고들이 선보이기 때문에 아주 인상적인 광고를 내보내지 않으면 광고비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리스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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