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의 딸'에서 '그리스의 영혼'된 무스쿠리>

내한공연에 앞서 자서전 국내 발간

(연합뉴스) "나는 가수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노래를 통해 어딘가에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죠. 결국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음악은 모든 벽을 허물며 감정만으로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죠."

20일 서울을 시작으로 지방 여러 도시에서 내한공연을 펼칠 그리스 출신 세계적인 여가수 나나 무스쿠리(74)의 자서전 '나나 무스꾸리 자서전-박쥐의 딸'(문학세계사 펴냄)이 국내 발간됐다.

무스쿠리는 '오버 앤드 오버(Over And Over)' '트라이 투 리멤버(Try To Remember)' '사랑의 기쁨' 등 숱한 히트곡을 부르며 1960년대부터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총 4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하며 누구보다 화려한 가수 생활을 누렸다.

그는 자서전에서 화려함의 이면에 자리잡은 그의 개인사를 솔직한 화법으로 털어놓았다. 전쟁과 가난을 뼈저리게 겪었던 그리스에서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특히 밤마다 노름판을 전전해 '박쥐'라고 불린 아버지에 얽힌 기억도 소개한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에게 헌신한 어머니의 이야기도 전한다.

"아버지가 그나마 있던 재산을 갖고 노름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정말 가난했어요. 아버지는 이기려고 노름한 것이 아니었어요. 그저 노름이 좋았던 거죠. 이젠 아버지를 용서해요. 나도 아버지와 똑같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노래하는 이유도 명예나 돈 때문이 아니라 노래가 좋아서죠."

열등감에 시달렸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했던 사춘기 시절,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갈등도 전한다.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늘 환호와 눈물이 이어졌던 유럽 콘서트, 여성을 비하하는 지중해 문화에 익숙한 그가 이를 이겨내는 과정 등도 그린다.

유명 스타와 얽힌 에피소드도 흥미 있게 소개된다. 무스쿠리의 노래를 들으러 아테네의 유명한 클럽을 며칠 동안 계속 찾았던 마리아 칼라스, 미국 순회 공연을 함께 다녔던 해리 벨라폰테, 그리스의 애송이 여가수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한 스위트룸을 내줬다며 펄펄 뛴 프랭크 시나트라 등의 이야기가 지면을 장식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