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윤인호 감독의 새 영화 '더 게임'(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ㆍ프리미어엔터테인먼트ㆍ부귀영화)은 소재에서 언뜻 니컬러스 케이지와 존 트래볼타의 할리우드 영화 '페이스 오프'를 연상케 한다.
두 주인공인 가난하지만 신체건강한 청년과 부유하지만 쇠약한 노인은 뇌와 척추 이식 수술을 통해 몸을 통째로 뒤바꾼다. 제작진은 일본 만화 '체인지'를 원작으로 했지만 줄거리를 많이 손봤고 결말도 바꿨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영화는 만화적인 설정으로 시작해 스릴러의 외형을 갖추고 있다.
공원에서 관광객의 초상화 그려주는 일을 하는 민희도(신하균)는 가난하지만 여자친구 은아(이은성)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평범한 남자다. 어느 날 그에게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고 부유해 보이는 중년여성 혜린(이혜영)이 자신을 찾아온다.
혜린의 간곡한 부탁으로 거대한 저택을 방문한 희도는 금융회사 회장 강노식(변희봉)을 만난다. 강노식은 희도에게 자신의 돈 30억 원과 희도의 젊은 몸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아무 번호로나 전화를 걸어 남자가 받는지 여자가 받는지 맞추는 게임이다.
희도는 처음에는 터무니 없는 제안이라고 거절하지만 은아가 빚 때문에 곤경에 처하자 보다 못해 내기에 응하기로 한다. 희도는 결국 게임에서 지고 노식에게 몸을 빼앗기고 만다.
이 영화는 여러 가지 강점을 갖추고 있다. 두 사람의 몸을 통째로 맞바꾼다는 설정은 다소 황당할 수 있지만 한국영화로는 새로운 시도이며 독특한 재미를 준다.
영화가 바닥에 깔고 있는 주제의식 역시 무게감 있다. 영화는 점점 발을 빼낼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드는 주인공들의 비극이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것임을 꼬집는다. 변희봉, 신하균, 이혜영, 손현주 등 작품마다 좋은 연기를 선보여 온 연기파 배우들도 제각각 발군의 기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종반부 퍼즐 조각을 맞추며 그림을 완성하는 스릴러의 가장 기본적인 재미를 놓치고 있다. 영화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정을 생략하고 성킁성큼 끝을 향해 뛰어간다. 또 반전은 무심결에 흘려보냈던 단서들을 다시 꺼내본 순간 아귀가 딱 맞아떨어질 때 큰 폭발력을 가질 수 있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뜬금없다는 느낌에 가깝다.
코미디 장면이 전반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끊어놓는 점도 아쉽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모든 장면을 끼워넣을 필요는 없으나 분위기가 여러 차례 급변하다 보니 관객으로서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정쩡한 기분이 들기 쉽다. 연기력을 인정받아 온 중견 배우들이 제 몫을 했음에도 영화 한 편 안에 조화롭게 녹아들었다는 느낌이 부족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젊었으나 노회한 야욕을 표현한 신하균이나 병든 육체에 설익은 욕망을 담은 변희봉의 야누스적 연기는 관객에게 긴장감과 보는 맛을 함께 준다.
윤인호 감독은 앞서 '아홉살 인생' '마요네즈'를 만든 바 있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