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독수리 생태탐사

경기일보 창간 20주년기념

지구상에 남은 자연생태계의 마지막 청소부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 몽골과 시베리아에 거주하다 겨울이면 비행기보다 높은 지상 4천300m 상공에서 기류를 타고 시속 200㎞로 남북분단의 현장인 파주 장단반도를 찾는다. 독수리는 철책 없는 창공을 나르는 평화의 메신저이자 통일의 꿈을 인간보다 먼저 실천하고 있는 전령사다. 따사로운 겨울햇살 아래 남방한계선에 위치한 장단반도 논두렁을 차지한 100여마리의 독수리를 만났다.

경기일보 창간 20주년을 맞아 (사)한국조류보호협회와 (사)경기북부관광협의회 후원으로 열린 ‘DMZ 독수리 생태탐사’. 지난 5일 1차 답사인원 340여명은 민통선 출입구인 통일대교를 지나 경의선 남측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을 거쳐 독수리 월동지인 장단반도에 들어갔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다소 원만해진 남북관계를 대변하듯 까다로운 절차없이 독수리 생태탐사가 시작됐다. 지상 100m에서 유유히 3m 길이의 날개를 펼치며 낯선 방문객을 견제하는 독수리들과 먹잇감을 먹으며 햇살을 만끽하는 독수리를 만날 수 있었다.

한갑수 (사)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지회장은 “미국 독수리는 어린 짐승이나 어린 아이를 낚아 채는 호전성을 지녔지만, 한국 독수리는 산과 계곡에 죽은 짐승을 먹는다”며 “자연 생태계를 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은 독수리는 어린 독수리에 속한다. 비록 앉은 키가 1m 정도지만 까치에게 습격 당하는 황당한 상황도 연출한다. 한 지회장은 “독수리가 서식하는 이 공간은 민간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라며 “이번 생태 탐사를 통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독수리 보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원선양(14·지산중)과 이대원군(13·백석초)은 ‘독수리 헌장’을 낭독하며 조류 보호를 다짐했고, 독수리 먹이 기금 전달식이 열렸다. 이어 지난해 부상당한 독수리 1마리와 수도권에서 부상당한 12마리의 비둘기를 방사하며 자연과 인간이 관계를 회복하는 행사도 펼쳐졌다. 답사단은 독수리 탐사 이후 분단의 현장을 직접 답사하며 평화통일을 다짐하고, 이어 1968년 1월 청와대까지 침두한 무장공비들의 1·21침투로와 25사단 남방한계선 철책선 걷기, 승전OP 관람 등을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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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승전OP 아래 위치한 경순왕릉은 신라시대 마지막 왕의 능이다. 신라의 왕들이 경주에 묻힌 것과 달리 경순왕은 신라국운이 쇠퇴한 것을 상징하듯 경기도 연천군에서 영면을 취하고 있다. 그것도 남북이 대치하는 DMZ 바로 앞에 능이 위치한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선전문구나 방송은 없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DMZ의 전방초소들과 멀리 보이는 북측 군사시설물들이 한없이 낯설게 느껴졌다. 답사단에 참여한 학생들은 신기함과 설레임으로 남북의 분단을 체험했다. 일상을 떠나 외딴 섬으로 전락한 한반도의 현실을 목도하며, 좀 더 넓은 마음을 품지 않았을까.

/글 고기석·이형복·사진 조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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