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패기만만한 신진 세력을 만나는 건 반가운 일이고, 환영할 일이다. 젊은 감독들이 잇달아 한층 진화한 장르 영화를 내놓고 있어 한국영화는 희망의 끈을 결코 놓을 수 없다.
지난해 정가형제 감독이 '기담'으로 미적 감각이 충만한 공포영화를 선보인 데 이어, 원신연 감독이 '세븐데이즈'로 진일보한 스릴러를 만들어 소재의 빈곤과 관객 감소 등 안팎의 우환에 휩싸인 한국영화계에서 눈에 띄는 '젊은 피'로 부상했다. 이와 더불어 '추격자'(제작 비단길)를 내놓은 나홍진 감독도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배우의 연기력, 사건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 흡입력 강한 영상 등 관객이 즐길 수 있는 대중영화의 기본 요건을 고루 갖춘 데다 충분한 메시지 전달이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게 한다.
'세븐데이즈'가 '미드'식 영상 구성으로 젊은 관객의 기호를 딱 맞춘 것처럼 '추격자' 역시 영상세대가 선호하는 감각을 한층 발전시켰다. 비록 '24'처럼 시간대별 구성은 아니지만 만 하루에 벌어지는 속도감 있는 전개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완벽한 도미요리'로 미쟝센 단편영화제 최우수감독상을 받은 후 5년간 이 작품에 매달려왔다는 나홍진 감독의 역량도 뛰어나지만 '완벽한 도미요리'에서 나 감독과 호흡을 맞췄고 역시 이 작품이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인 이성제 촬영감독도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를 걸게 한다.
'기담' '우아한 세계' 등에서 실력을 보인 베테랑 프로덕션 디자이너 이민복 씨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공간 배치는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스태프들의 완성도 높은 작업과 함께 영화의 집중력을 유지시키는 건 배우. '타짜'에서 아귀 역으로 소름 돋는 연기를 펼쳐 단숨에 주목받은 후 '즐거운 인생'에서 앙상블의 호흡을 아는 배우란 걸 증명했던 김윤석은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영화에서 이름의 가치가 결코 거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능수능란한 연기의 표본이 될 정도.
신진급 배우로서는 연기력에서 인정받는 하정우 역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도양양한 이 배우는 선배의 연기를 보며 또 한번 많은 것을 배웠을 터.
희대의 살인마와 그를 쫓는 전직 형사 출신의 출장안마사 사장. 영화는 살인마의 존재를 처음부터 드러낸다. 이에 대응하는 경찰 등 치안 시스템에 대해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치밀한 구성을 완성시킨다. 출장안마사 사장의 고군분투를 보면서 사회 시스템 부재에 공분을 느끼게 하는 게 영화의 의도.
나 감독은 "살인자들이 살인을 저지르게끔 방치하는 이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과 무관심에 대한 분노때문에 영화를 기획했다"며 "살인마의 살인에 대해 어떠한 동기 부여도 하지 않은 것도 그들의 범행이 이해받거나 용납돼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영화를 보면 유영철 사건 때 벌어졌던 당혹스러웠던 경찰의 대응방식이 떠오른다.
전직 형사 출신인 출장안마사 사장 엄중호(김윤석 분)는 최근 데리고 있던 여자 두 명이 잇달아 사라져 심기가 불편하다. 몸이 아픈 미진을 닦달해 손님에게 보냈는데 미진 역시 연락이 끊기고 만다. 중호는 휴대전화번호를 통해 세 명 모두 한 남자가 불러냈다는 것을 알고 그를 쫓는다. 연쇄살인범 지영민(하정우)은 중호의 추격 끝에 잡히고 경찰서에서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란 걸 스스로 밝힌다.
시장 오물투척 사건 때문에 궁지에 몰린 경찰은 지영민의 오락가락하는 진술에 매달리며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다. 중호는 경찰이 미진을 찾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자 직접 찾아나선다.
영민은 이미 몇 차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경력이 있으며, 영악스럽게 증거에 대한 진술은 전혀 하지 않아 경찰 수사는 증거 잡기에 혈안이 된다.
중호는 미진이 아직 살아 있을 것이란 확신으로 경찰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찾아나선다.
비리 형사였던 중호가 미진의 딸을 보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게 다소 설명이 불충분하지만 김윤석이 비릿한 삶의 벼랑에 선 듯한 중호를 표현해내며 이를 만회한다.
2월14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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