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는 지식격차를 심화시키는가
쟁 점 토 론
시사쟁점 등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심도있게 생각해보는 코너. 정보의 바다에서 알짜만을 건져 올렸죠. 어때요? 벌써 빠져들고 싶죠? 뭘 망설여요. 그럼 빠져봅시다!!
언제 어디서나 무선 인터넷을 접속하며, 뉴스와 오락, 생활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세상. 정보화가 불러온 생활의 변화는 이제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지역의 소문난 맛집은 어디이며, 세계경제는 어떻게 급변하고 있는지 등 원하는 정보가 무엇이든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컴퓨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화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가 자유롭게 생산, 유통되고 공유되는 거죠.
하지만 이런 정보화의 혜택은 성별, 지역별, 연령별, 계층별로 동일하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더욱이 초기에 자유로운 정보의 거래 공간으로 기능했던 인터넷은 이제 돈을 주고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구입해야 하는 정보시장으로 변모해 버렸습니다. 정보화의 실현으로 지식격차가 해소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잘못된 것일까요?
과연 정보화는 정보공유에 이바지할까요? 아니면 지식격차를 심화시킬까요? /김인규(상임연구원)
생 각 열 기
인터넷 보급률 1위의 IT강국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수도권과 농어촌 지역의 정보격차는 더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나라가 정보화 사회로 진입했다고 생각하나요?
정보화는 빛 좋은 개살구?
한때 우리나라는 인터넷 보급률과 활용률에서 세계 1위 국가였습니다. 지금도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강국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보다는 네티즌으로 더 많이 불릴 만큼 인터넷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정보공유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고 있을까요?
‘IT 강국 대한민국’의 그림자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인프라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어요. 2007년 현재 가구 컴퓨터 보유율은 80%, 가구 인터넷 보급률은 90%에 이르고 있지요. 이는 우리사회의 정보화가 얼마나 진행되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수치이에요. 정부는 이런 점을 제시하며 국내외에 ‘IT강국 코리아’를 적극 홍보하고 있죠.
하지만 IT강국 대한민국의 그림자도 있어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간 가구당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차이는 최대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때문에 IT강국 코리아는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요.
2007년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에 따르면 서울 107%를 비롯해 수도권 지역의 가구당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10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반면 전남을 비롯해 충청, 강원 등 농어촌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최저 6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어요.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걸까요?
명제Ⅰ. 정보화 사회는 정보를 상품화할 뿐 이전 사회와 다르지 않다!
Yes(지식격차 심화)
일부 미래학자들은 정보화 사회가 이전 사회와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지닌 사회라 예측한다. 물론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대했고 그로 인해 사회 제반 영역이 변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라 하여 자본주의라는 사회체제의 근간이 변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식이나 정보마저 상품화되었을 뿐이다. 상품의 영역이 무형의 그 무엇까지 확산된 것이다. 정보기술의 탄생 자체도 자본주의적 동기에 의한 것이다. 결국 정보는 자본의 동기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보라는 자원의 분배와 관련된 불평등 시스템도 우연적이거나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정보는 기존 불평등 시스템을 단순히 확장하고 있으며 정보기술은 이를 구조화하는 인프라다.
No(정보공유에 이바지)
정보화 사회는 정보와 지식이 부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회다. 기존 사회처럼 자본과 물질 생산의 힘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다. 정보와 지식 경험들을 공유함으로써 개인의 능력과 창의력을 높일 수 있고 조직의 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시대인 것이다. 정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소유가 무의미하다. 하나의 정보가 다른 정보와 결합될 때 부가가치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앨빈 토플러가 산업혁명 이후를 ‘제3의 물결’이라 칭하고 정보혁명을 거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즉 정보화 사회는 자본과 노동이 중심이 된 산업사회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단계의 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뜻한다. 결국 정보의 확산으로 기존 자본주의에 의한 격차도 점차 완화될 것이다.
명제Ⅱ. 정보기술의 발달은 계층별, 지역별 정보격차를 더욱 심화시킨다!
명제Ⅲ. 정보화에 따른 정보격차는 결국 사회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명제Ⅳ. 정보격차를 완화할 정책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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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정보화란 무엇을 말하나요?
정보화란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이러한 기술이 사회의 제반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활용되는 과정을 의미해요. 산업화 사회를 거쳐 20세기 후반에 정보화 사회가 도래한 상태죠. 정보화 사회는 지식정보가 급격히 팽창하고 정보를 주요한 가치 증대의 수단으로 삼는 사회예요. 정보화 사회에선 첨단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시공간 개념도 새롭게 재편되고 있죠. 이러한 정보화 사회를 낙관하며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간 소외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특히 근래 들어 정보의 공유에 있어 빈부의 격차가 생기는 정보격차(지식격차)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어요.
2.지식격차의 문제는 언제부터 등장했나요?
정보격차나 정보불평등 문제에 대한 최초의 시도는 1970년에 등장한 ‘지식격차가설’에 있어요. 이 가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한 사회체계 내에 유입된 매스미디어가 증가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계층은 이러한 정보를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계층보다 빠르게 습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들 두 계층간의 지식의 격차는 감소하기보다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지식격차가설은 신문을 위시한 인쇄매체를 둘러싸고 교육수준에 따라 사회적 격차가 발생하며 주목받는 듯 했어요. 하지만 80년대 들어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매스미디어와 정보격차의 확산 사이에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사회적 관심을 끌지 못했죠.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정보격차의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어요.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단순 정보나 오락성 뿐 아니라 학습적 성격까지 포함하고 있고 계층적, 지역적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죠.
3.정보격차(digital divide)는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정보격차는 새로운 정보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경제적·사회적 격차가 심화되는 현상을 말해요. 지식격차가설의 정보화 버전이라 할 수 있죠. 초기에는 정보격차를 판단함에 있어 단순히 정보기기나 정보자료에 대한 접근성을 중심으로 보았지만 최근에는 정보자원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나 정보를 수용하는 태도까지 포함해 판단해요. 정보격차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측은 [그림2]의 경우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정보격차가 심해지며 사회 불평등을 확대시킬 것이라 우려해요. 반면 정보격차는 신기술의 보급 초기에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며 기술의 진보와 정보기기의 보급 확대에 따라 [그림1]처럼 자연적으로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 보는 사람들도 있어요.
4.현재 우리나라의 정보격차는 어느 정도인가요?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 보급에 있어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정보화가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접근 기회와 이용에 있어 격차가 존재해요. 인터넷 이용률을 기준으로 볼 때 정보화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계층이 전체 국민의 35%에 이르는 상태죠. 이들 대부분은 사회소외계층인 노인, 장애인, 농어민, 저소득층이에요. 그나마 우리나라의 격차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지 않은 편이라 볼 수도 있어요. 특히 성별에 따른 정보격차는 인터넷 보급 초기에 비해 거의 사라졌죠. 최근 일부 계층과 부문에서 정보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정보격차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러한 격차 해소는 정부를 위시한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 때문이라 보는 사람들도 있어요.
5.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저소득층에 PC를 무상보급 하는 등의 노력이 펼쳐지고 있어요. 정부는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다각도로 정보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죠. 사실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예요. 정보격차 문제가 단순히 일부 국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일반화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국가 간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국제적 노력이 펼쳐지고 있어요.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의 네그로폰테 교수가 저개발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싼 값에 교육용 노트북을 보급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 중 하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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