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4·9총선 공천 여파가 꽤나 시끄럽다. 중간발표만으로도 이러는 데 앞으로 다 발표되면 더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작 유권자들은 조용하다는 사실이다. 시끄럽게 구는 것은 낙천자와 낙천자들과 얽힌 이해 당사자들이다. 그들은 별의별 소리로 낙천된 것을 비난한다.
낙하산 공천이라고 하는가 하면 토착세력의 야합이라고도 한다. 연고없는 지역에 뛰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끼리끼리 해먹는 것도 문제다. 말썽의 소지는 어떻든 있게 마련이다. 공천이 잘못됐다는 비난은 객관적 관점이기 보단, 자신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불만의 소리다.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공천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공천 심사는 아무리 엄격히 해도 불평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또 그 가운데는 억울하게 낙천되고, 부당하게 공천된 경우도 전혀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직의 판단이다. 잘됐든 못됐든 조직의 판단을 거스르는 조직원은 있을 수 없다.
낙천에 불만을 품고 당을 뛰쳐나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떼거리 탈당으로 앙갚음 세를 과시하는 위인들도 없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러한 선거꾼들의 책동에 영향받을 유권자들은 이미 아니다.
국회의원이 지역대표성을 갖느냐, 국민대표성을 갖느냐는 것은 묵은 논쟁이다. 많은 예비후보들이 지역관련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지방의원의 소임과 국회의원의 소임을 헷갈리고 있는 점이다.
지방의원이 할 일을 국회의원이 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구 공약은 중앙에서만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는 지역대표성을 갖는다. 그렇지만 국회의원 본연의 소임은 국정이다. 국정을 수행하는 덴 국민의 대표성을 지닌다.
공천파동은 한나라당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도 낙천자들의 반발이 없지않을 것이다. 또 비단 이번만도 아니다. 역대 총선 때마다 있어왔다.
공천파동에 휘말릴 것이 두려워 눈치를 살피는 공천이 되어서는 걷잡기 어렵게 된다. 공천 심사는 야구의 주심과 같다. 주심이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타자의 눈치를 살펴서는 게임을 이끌 수 없다. 타자의 불만에도 관중이 게임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주심이 자신의 판단에 갖는 소신 때문인 것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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