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공수창 감독의 새 영화 'GP506'은 최전방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수사극이다.
'알포인트'로 전장에서 벌어지는 공포와 미스터리를 그렸던 공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특기를 살려 최전방 GP(경계초소)라는 외딴 공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그렸다.
소재로는 경기 연천 GP 총기난사 사건을 떠오르게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공포 미스터리의 면모가 강하게 부각돼 실제 사건은 잊고 화면에 집중할 수 있다.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밤에 GP506로 군 수색대가 진입한다. 수색대는 피 범벅이 된 장병들의 시신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현장에서 피에 젖은 흉기를 들고 기괴한 웃음을 짓고 있는 용의자를 발견한다.
군 수사관인 노성규 원사(천호진)는 아내의 빈소를 지키던 중 이 사건을 맡으라는 명령을 받는다. GP506의 GP장인 유정우 중위(조현재)가 육군 참모총장의 아들이라 다급해진 장성들이 실력 있는 수사관을 파견하기로 한 것.
노 원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사건 용의자이자 유일한 생존자인 한 군인이 인식표도 없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군의관이 시신과 환자를 싣고 GP를 떠나려는 순간 노 원사는 GP 소대원이 모두 21명인데 시신은 19구, 생존자는 1명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미로 같은 GP 안을 뒤지던 수색대는 발전실에서 생존자 한 명을 더 발견한다. 이 생존자는 자신이 GP장인 유 중위라는 사실만 밝히고 더 이상의 증언은 거부하며 본대 복귀를 요구한다.
시신 운구 차량과 GP장은 GP를 빠져나가지만 곧 폭우로 도로가 완전히 막혔음을 확인하고 다시 GP로 돌아오고, 수색대와 생존자 모두 GP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만다.
영화는 논리정연하다. 일단 무시무시한 사건 현장을 공개하고, 회상 장면을 통해 미궁에 빠진 사건의 단서를 하나씩 꺼내 보여 주며, 마지막으로는 이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주인공들의 입을 빌려 설명하고 해결에까지 나선다.
또 미로 같은 GP는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효과를 발휘하기에 최적의 공간으로 보인다. 영화는 어둠침침한 조명과 음산한 분위기의 세트를 구석구석 활용해 관객을 소름 돋게 만드는 효과를 충분히 발휘한다. 공 감독이 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 "군대의 폐쇄성,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 느끼는 충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는 생각에 공간에 집착했다"고 말한 그대로의 결과물이 나온 셈이다.
그러나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꼼꼼하기는 한데 꼬인 실타래를 푸는 시점을 너무 뒤로 미뤄둔데다 미스터리가 풀린 이후에도 공감이 썩 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주인공들의 마지막 선택은 선뜻 동조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이고 야심 찬 반전도 사건 해결에 결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반전과 선택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에도 영화 속에서 무한하게 반복하는 '여기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요?'란 질문을 다시 한번 하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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