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비범한 퍼포먼스 '마지막 밥상'

(서울=연합뉴스) 노경태 감독의 장편 데뷔작 '마지막 밥상'(제작 기억속의 매미)은 매끈한 상업영화에 길든 눈을 가지고 있는 관객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독특한 영화다. 장면 장면에서 평범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실험성과 독창성이 돋보인다.

영화는 말보다는 소리로 인물을 설명하고 극을 이끌어 나간다. 대사를 대폭 줄인 대신 음향을 활용해 넌버벌 퍼포먼스에 가까운 장면들로 관객의 눈과 귀를 동시에 매혹한다. 세상을 향해 발악하는 남자의 고성과 여자가 방망이로 빨래를 터는 소리, 또각또각 길을 걷는 행인의 발소리가 엇박자 속에 묘하게 어우러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주인공은 다섯 명이다. 먼저 사랑을 갈구하는 외로운 채소장수 할머니(황복순)와 영안실에서 시신을 닦고 곡을 해주며 사는 중년 여성(백현주), 보잘것없는 학력과 외모 때문에 취직을 못하고 있는 젊은 여자(김도연)가 있다.

또 게이 쇼에 출연해 먹고사는 젊은 남자(오흥기)와 하늘에서 떨어질 횡재만 꿈꾸며 복권을 긁어대는 중년 남자(홍석연)가 있다. 어느 날 이들에게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민을 떠날 것을 권하는 광고 전단지가 날아온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도시의 외곽지역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회 부적응자다. 영화는 이들이 제각각 삶이라는 허공에 내지르는 '헛발질'을 가만히 응시하지만 정지해 있는 카메라는 관조적인 듯하면서도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다. 초현실적이고 추상적인 영상이 연속적으로 스크린에 맺히지만 그 안에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영화관의 조명이 꺼지고 영화가 처음 시작될 때는 무의미해 보이는 인물들의 행동,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영상의 행진에 당황하기 쉽다. 그러나 느긋하게 기다리다 보면 단순히 뒤섞여 있는 것으로 보이던 개별 영상들이 결국 하나의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바로 영화의 백미라고 할 만한 마지막 장면으로, 제각각 살던 주인공들이 한데 모이는 이 시적인 장면은 흩어져 있던 앞 장면들을 깔끔하게 묶으면서 가슴 짠한 감동을 준다. 하나둘씩 던져지던 연작시가 여기서 아름다운 서사시 한 편으로 완성된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에 앞서 한국 독립영화로는 최초로 프랑스에서 먼저 19일 개봉했다. 앞서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 2006년 서울독립영화제 장편경쟁부문 최우수작품상 등을 받았으며 선댄스, 로카르노, 시드니, 에든버러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11일부터 서울 중구 저동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다.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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