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돌파구는 DVD와 네트워크 시네마"

한국영화학회 포럼서 강한섭 교수 제안

(서울=연합뉴스) 한국영화 산업 위기의 돌파구는 비디오ㆍDVD의 부가시장 정상화와 '네트워크 시네마(Network Cinema) 시대'에 대한 철저한 대비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한섭 서울예대 교수는 28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경영관 세미나실에서 한국영화학회 주최와 21세기 한국영화연구회 주관으로 열린 '한국영화 포럼-한국영화의 재발명'에서 '한국영화산업의 정상화 방안'이란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강 교수는 먼저 "지난 10년간의 공급 확대 정책이 실패했으므로 새 정부의 정책은 수요 창출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극장-DVD-VOD-케이블TV-지상파TV로 이어지는 전통적 윈도를 새로운 기술ㆍ자본ㆍ사회구조에 의해 재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나라의 부가시장(비디오ㆍDVD)은 1차 시장(극장)의 10분의1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부가시장의 복원을 포기해선 안 된다"면서 "미국의 정액제 우편 온라인 DVD 대여 서비스인 'NETFLIX' 연구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오프라인 극장의 독점적 성격은 붕괴했고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영화를 개인에게 배급하는 '네트워크 시네마'에 미래가 있다"면서 "전통적 방식의 극장업을 포기한 오리온 그룹, 망사업자인 KT와 SKT의 영화 제작 사업도 이 때문이며 초고속 네트워크, 가정내 관람 시스템, 아카이브 서버, 압축,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 등으로 보면 네트워크 시네마 구현에 큰 기술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영화 산업은 지난 10년간 과거의 극장업자가 아닌 대기업에 의해 지배됐지만 이제 망사업자에 의한 지배가 시작되려 한다"며 "영화가 방통융합 시스템 속으로 흡수되면 영화 콘텐츠의 독립성과 고유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영화계는 이에 대비해 영화인이 우월적 지위에서 망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씨는 '한국영화 전성기와 위기를 동시에 일으킨 4가지 거품'이란 제목으로 발표하며 "1999년 '쉬리'부터 2006년 '괴물'까지의 '99~06 황금광 시대'는 부동산, 이동통신/신용카드, 코스닥 거품이라는 한국사회 3대 악성 거품과 맞물려 멀티플렉스 폭증, 입장료 덤핑, 실패를 감수한 종자돈에 의한 허약 체질 양성, 우회상장이 야기한 공급과잉의 4가지 거품으로 모순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경제적 거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자생력을 갖춘 건강한 투자-제작-유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수정 전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영화 다양성 확보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란 발제문을 통해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미 발효된 문화다양성 협약을 원안 그대로 국회 비준하고 스크린 독과점을 막기 위한 영화계의 합의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성률 광운대 교수는 '조선영화 붐의 역사와 한류'에서 "1930년대 중후반과 1970년대의 한국영화 사례를 보면 정치권은 영화에 개입하지 않고 지원만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영화 한류는 '쉬리'처럼 특수한 한반도 정세를 장르적 그릇에 담아내거나 '엽기적인 그녀'처럼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한 영화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시안 필름스쿨(Asian Film School)에 대한 제안'이란 제목으로 발표에 나선 김창유 용인대 교수는 "국내 영상 관련 학과는 많은데 교육 내용은 대동소이하다"며 "한국에 아시아 영화학교를 만들면 한국이 중심이 돼 범아시아 대상 교육 모델을 마련할 수 있고 이곳에서 배출한 아시아 영화인들이 각국 영화 산업을 이끌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나리오 작가 조재홍 씨는 '국제 공동제작의 비즈니스 모델'이란 발제문을 통해 "심형래 감독의 '디 워'는 해외 극장에서 110억 원, 해외 DVDㆍ비디오 시장에서 220억 원의 수입을 거둬 국제 공동제작의 수익 창출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한국영화를 만든다는 인식, 철저한 현지화나 미국 외 영어권 국가와의 제휴 등 다양한 사업모델 개발해야 한다"며 "국내외 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장르영화의 체계적 교육, 기획단계의 지원 체계 마련, 합리적인 국제 공동제작 펀드 조성이 대안"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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