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기호증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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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기호증’은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들에게 성욕이나 성적 집착을 보이는 정신질환이다.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인 피의자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일명 ‘롤리타’라는 아동 포르노물은 미성년의 어린 여자와 성인 남자가 성관계를 맺는 음란물로, 롤리타는 러시아 태생의 미국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1995년 쓴 동명의 소설에서 나온 말이다. 이 소설은 열 두살짜리 의붓딸 롤리타에게 성애를 느끼는 중년 남성을 그리고 있는데, 여기서 중년 남성이 어린 소녀에게 품는 성적 집착을 뜻하는 ‘롤리타 콤플렉스’가 유래됐다.

경찰이 당초엔 금품을 노린 일반적인 유괴사건과는 달리 피의자가 단 한 차례도 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하지 않은 점을 들어 이번 사건이 성범죄를 목적으로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가 변태적인 성도착 증세인 소아기호증에 빠져 두 여자 어린이를 납치했고 아이들이 반항하자 범죄를 숨기기 위해 살해한 다음 토막내 암매장했을 것으로 봤다. 소아기호증이 있는 사람은 성범죄 전과가 있거나 성인 여성과의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같은 전과도 없고 과거 성인 여성과 동거한 적도 있었다. 또 소아기호증이 있는 사람들은 아이들에 대한 애착이 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킨 다음 살려서 돌려 보내지 죽여서 토막 내는 등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 게 정설이다.

경찰은 단순 소아기호증 환자라고 하기는 어렵고 ‘잡범 스타일’의 성추행범에 가깝고 전과7범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의 범죄력과 음란물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속적으로 음란물을 보면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성적취향이 성인에서 아이로 확대되면서 범행 대상의 범위를 넓히게 됐다는 얘기다.

소아기호증 증세가 없어도 성적으로 욕구불만인 상태에 있는 사람이 인터넷상에서 음란물에 탐닉하면 성욕구가 개발돼 실행 충동을 느끼게 된다.

경찰은 그가 “부모의 이혼, 일방적인 실연의 상처, 여자에 대한 경멸감과 멸시, 타인에 대한 증오가 끔찍한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밝혔지만 너그럽게 봐 줄 일이 못 된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법행 경위에 대해 기존에 경찰에서 했던 진술의 일부를 또 바꿨다고 한다. 식사도 잘하고 가끔 가벼운 농담도 던진단다. 인간이 얼마나 간악한 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심리학자들이 그를 ‘기호증환자’로 잠시 생각한 것 조차 자괴스럽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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