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 두 세계적인 노배우가 한 영화에서 만났다.
이들이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두 거장의 연기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한 영화는 '버킷 리스트'(Bucket List).
말기암을 선고받은 두 노인은 병원 2인실에서 우연히 만난다. 병원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컬슨)는 '무조건 2인1실'이라는 병원의 규칙 탓에 평범한 자동차 정비사 카터(모건 프리먼)와 한 병실에 입원하게 된다.
흑백, 빈부, 성격까지 극과 극인 두 사람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힘들지만 조금씩 서로 마음을 열어가고, '버킷 리스트'를 함께 써내려가며 마지막 삶의 기쁨을 찾아나선다. 영화 제목인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만든 목록을 뜻하는 말.
이들은 세렝게티 초원, 피라미드, 타지마할, 에베레스트를 누비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 또 스카이다이빙, 카레이싱을 하고 문신까지 새기며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즐긴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자라나는 두 노인의 우정과 함께 진정한 삶의 의미라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버무려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극중 캐릭터만큼이나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이 빚어내는 조화는 이 작품의 전부라고 할 만하다. 에너지 넘치는 잭 니컬슨과 차분하고 따뜻한 모건 프리먼은 남과 여, 양과 음의 조화처럼 서로 보완하며 훈훈한 그림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대배우들의 호흡에도 영화가 관객에게 진정한 감동을 전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두 배우는 가슴 속 깊은 곳의 웃음과 눈물을 끌어낼 만한 연기력을 발휘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 듯하다.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의 잭 니컬슨과 '쇼생크 탈출'의 모건 프리먼이 만났지만 그 감동이 배가되지 않는 것은 영화 속 감동이 상투적이고 진부한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방식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를 누비며 이들이 호화로운 모험을 펼치는 장면 역시 색다른 눈요깃거리를 제공하지만 삶에 대한 진정한 통찰로 연결되지는 못한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를 찾는다면 역시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의 빛나는 만남이다.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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