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달은 미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 미술 장르는 더욱 세분화됐다. 손재주에 머물렀던 미술은 사진과 경쟁하며 재현의 역사를 끝내고 또다른 세기를 준비한다. 영상매체와 설치 작품, 퍼포먼스 등등. 우리 시대의 미술은 살아 있는 동물처럼 그 색깔을 달리한다.
그러나 그리기가 미술의 기본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종이나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들은 평면이란 한계를 극복하며 미술의 원류를 지키고 있다. 튼실한 기본은 미술이 지닌 원초적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김기창 경기대 서양화 전공 교수는 회화를 그린다. 줄기차게 자연 환경을 작품에 담아내며 회화의 진정성을 추구한다.
“매체의 다변화는 회화를 위협하고 있지만 손맛이 느껴지는 회화는 전통적이며 인간미가 풍깁니다.”
김 교수는 ‘페인팅과 드로잉’이란 부제 아래 열번째 개인전을 연다. 회화작품과 그림의 밑그림인 드로잉이 함께 전시된다. 문제는 회화작품을 보고 드로잉을 그렸다. 일종의 역발상이다. 흔히 알고 있는 그림 작업의 순서가 바꼈다.
“페인팅이나 드로잉 모두가 미술의 기본입니다. 작품을 보며 얼마의 시간을 두고 목탄으로 그린 드로잉은 또다른 의미를 부여하죠.”
그렇게 그린 회화와 드로잉은 같은 풍경을 담았지만 다른 느낌이다. 단순히 순서가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변화를 시도한 작가의 의도 때문이다.
전시작품들은 자연을 소재로 한다. 특히 인공적인 공원에 나무와 옅은 물기, 분수 등이 등장하는 공원 시리즈를 선보이며, 50호 크기의 작품 6개가 나란히 전시된다.
그는 또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작품의 대상을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은 후 캔버스 한쪽에 붙이기도 했다.
“표현주의적 회화를 그리고 싶어요. 개인전마다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어렵지만 나만의 스타일을 위해 하나하나의 주제가 연속성 있게 자리매김 하기 바랍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열정적 페인팅’(알파갤러리)이란 개인전에서 화가로서의 자존심과 열의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이에 앞서 2005년에는 그가 소속한 경기대 교정을 소재로 180도의 풍경을 여러 개로 분할시켜 멀티플한 전시를 선보였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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