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밭을 갈고 김매기를 독려하는 것은 백성의 재산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임금을 가혹하다고 한다. 형벌을 세우고 법을 분명히 하는 것은 사악함을 금하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임금을 엄하다고 한다. 돈과 양식을 세금으로 거두는 것은 나라 창고를 채워 기근을 구제하고 군량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임금을 탐욕하다고 한다. 나라안의 백성이 병역기피를 일삼지 못하게 하여 군비를 강화하는 것은 나라를 지키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임금을 포악하다고 한다. (위의)이 네 가지는 나라를 다스려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그것을 기뻐할 줄 모른다’
한비자(韓非子) 현학(顯學)편에 나오는 말이다. 정치의 치세(治世)를 말하면서 백성의 어리석음을 설파한 대목이다. 또 이런 대목도 있다. ‘옛날 우(禹)임금이 장강(長江:양자강)의 물을 트고 황하 바닥을 파내며 홍수를 다스릴 때 백성들은 돌아서서 비웃었다. 정(鄭)나라 자산(子産)이 밭을 개간하여 뽕나무를 심을 때 사람들은 그를 비난했다. 우 임금은 천하를 이롭게 하고 자산은 나라를 편안히 보존케 했는데도 모두 비방을 받았던 것이다.’라고 했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잘 살게 해준다고 하여 그들이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달리 더 뾰족한 수가 있는것도 아니다. 국민사회의 노력으로 이룩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가만이 앉아서도 입에 밥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않는 정당한 신뢰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한비자는 현학편에서 백성의 어리석음, 즉 중우(衆愚)를 개탄했으나 백성을 힐난한 것은 아니다. 민본(民本)은 그 자신이 지녔던 사상이다. 한비자의 말을 인용한 것은 정치가 중우정치를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케네디는 말했다.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 가를 말하기 전에 국민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라’고 했다. 미 국민의 자긍심 고취로 국가 발전을 선도한 뉴 프런티어 정신은 그를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한다.
국민에게 쓴 소릴 할 줄 아는 당당한 정치지도자가 없다. 그저 사탕 발림만 할 줄 안다. 정치인들의 말을 그래서 더욱 믿지 못하는 세태가 됐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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