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안슬기 감독은 현직 교사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수학 선생님이 방학 때 찍어 내놓은 단편은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그는 착한 심성이 담긴 착한 영화를 만들었고, 그 영화들은 잔잔한 감동을 줬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알콩달콩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 첫 장편 '다섯은 너무 많아' 역시 독립영화계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그가 두 번째 장편 '나의 노래는'을 선보인다. 현재 서울산업정보학교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안 감독은 '나의 노래는'을 통해 매일 마주 대하는 자신의 학생과 비슷한 또래의 고민을 담았다. 13회차 촬영에, 보기에 따라 '고작' 또는 '어마어마한' 1천500만 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작품.
우리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스무 살 청년이 불편한 관계에 힘들어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모습을 그렸다. 역시 착하다.
다큐멘터리처럼 보일 정도로 카메라는 성글고 투박하지만 진심으로 인물들에게 접근한다. 스무 살 희철의 생활은 정글 같은 경쟁사회의 기성세대들이 보기엔 너무나 무력하다. 그러나 희철에게도 소중한 삶이 있다.
시험 날 깨워주는 사람이 없어 늦잠을 자는 바람에 시험을 보지 못한 희철. 집에 어쩌다 가끔 들어오는 아버지는 차라리 집에 없는 게 편할 정도고, 할머니는 종교에 빠져 있다 급기야 가출한다.
분식집 배달원을 하던 희철에게 영화과 학생 연주가 다가와 출연을 부탁한다. 낯선 경험을 하게 된 희철은 영화를 찍으며 고교 시절 활동했던 힙합동아리의 경험을 살려 랩을 부르기도 하고, 연주와 첫 키스를 나누기도 하며, 수 차례 'NG' 끝에 'OK' 사인을 받기도 한다.
희철의 친구 민하는 곧 이민을 떠난다. 친구면서도 희철에게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있지만 희철은 민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다.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영화 촬영이 끝나고 다시 고단한 일상으로 돌아온 희철. 키스 장면이 담긴 촬영 테이프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나선다.
영화는 희철에게만 집중한다. 그렇다고 많은 대사가 있는 것도, 뚜렷한 연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담백하고 담담하게 청춘의 좌절과 희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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