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매트릭스'와 만난 '명탐정 코난'

(서울=연합뉴스) 무대는 19세기 후반 영국 런던. 소재는 가상현실과 희대의 살인사건, 주제는 현대 문명에 대한 반성. 여기까지만 보면 18세 이상 관람가의 음침한 SF 스릴러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이다. 그것도 12세 이상 관람가. 뭔가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성인층이 혹할 현란한 컴퓨터그래픽이 있는 것이 아니고 기술적으로도 단순하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는 1994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청소년 잡지 주간소년선데이가 연재한 만화로 1997년부터는 매년 한 편씩 극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국내에서 개봉하는 '명탐정 코난 - 베이커가의 망령'은 일본에서 2002년에 개봉, 292만 명을 모은 '명탐정 코난' 시리즈 중 최고 흥행작이다.

코난은 사실 고등학생 탐정 남도일이었으나 범죄조직이 개발한 독약을 마시는 탓에 어린아이가 되고 만다. 코난은 가상현실 체험 게임 코쿤의 시연회에 참석했다가 다른 49명의 아이들과 함께 목숨을 담보로 한 게임을 하게 된다.

'노아의 방주'라고 이름 지은 인공지능이 장악한 코쿤은 아이들을 4가지의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게임에서 지면 아이들이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없게 한다. 대신 참가자 중 단 한 사람만 살아남으면 다른 모든 아이들도 함께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다.

4개의 상황 중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한 게임을 택한 코난은 1988년 런던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엽기적인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와 대결한다. 역시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의 주인공인 명탐정 셜록 홈즈를 존경하는 코난은 잭을 좇을 때마다 홈즈의 지혜를 빌린다. 제목에서의 베이커가는 셜록 홈즈가 살던 지역을 이른다.

한편 코난이 가상 현실에서 잭 더 리퍼를 잡기 위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동안 현실 세계에서는 코쿤 시연회장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인 색출을 위해 경찰이 출동한다.

'명탐정 코난 - 베이커가의 망령'은 한마디로 매트릭스 속으로 들어간 코난의 활약상을 그렸다. 게임에 중독된 요즘 아이들의 모습과 IT 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한 가상 현실을 체험하는 것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하지만 '게임 오버'라는 말이 곧 죽음을 의미하고, "기득권과 더러운 세상을 정화하는 노아의 방주가 이 시대에도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시종 섬뜩하고 한편으로 불편하다. 세기말의 반성은 어른들의 몫이지 꿈과 희망을 먹고 자라나야 하는 아이들에게 지울 짐이 아니다.

5월1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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