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약한 남자 변강쇠 '가루지기'

(연합뉴스) 강하되 약하다. '그것'은 강했으나 사랑에는 약한 변강쇠. 새롭게 해석했다는 '가루지기'(감독 신한솔, 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설정한 방향이다.

이대근으로 상징됐던 강한 남자 변강쇠는 첫사랑 앞에서 내색도 하지 못하는 약한 남자 봉태규로 바뀌었다. 1986년과 1988년 제작된 영화 '변강쇠'는 민주화 갈망에 요동치던 시기 섹스어필한 소재로 서민의 허한 가슴에 헛헛한 웃음을 가져다줬다.

2008년의 '변강쇠'는 변강쇠를 봉태규가 맡았다는 점에서 쉽게 눈치챌 수 있듯 외양의 강함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다. '변강쇠 탄생 비화'라는 설명이 말해주듯 변강쇠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럼에도, 혹은 그렇기에 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막판에 도덕 교과서가 돼버리는 영화의 지향점에 심한 당혹감을 유발한다. 변강쇠의 탄생 과정은 내내 지루하고, 변강쇠의 순정은 신파다. 역동적인 춤사위, 흥겨운 가락, 여인네들의 요염한 몸짓은 엇나가는 이야기 얼개를 메우려 애쓰지만 역부족이다.

변강쇠라는 당대의 캐릭터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혹했던 남성 관객이라면 더욱 실망감이 클 것.

형과 함께 사는 떡장수 청년 강쇠(봉태규 분)는 동네 건달도 물리칠 만큼 힘이 세지만 '밤일'은 못한다. 형의 실수로 바지춤에 불이 붙으면서 고자 아닌 고자가 된 것.

강쇠의 마을에는 몇 년 전 마을 서낭당 앞에 서 있는 천하대장군의 큰 코를 묻은 이후 음기가 드세졌다. 여자가 풀무질을 하고 남자가 밭일을 하며 설거지를 한다.

강쇠는 왜구에게 짓밟혀 정신을 놓은 달갱(김신아)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콤플렉스 때문에 다가가지도 못한 채 우렁각시처럼 달갱의 집 앞에 떡만 가져다놓는다.

어느 날 목숨을 구해준 도사로부터 양기를 채울 비법을 전해받은 강쇠. 마침내 소변줄기로 산불을 끌 만큼 강한 양기를 갖게 되고 그 앞에는 첫 여자였던 할멈(윤여정)을 비롯해 주모(전수경) 등 마을 여자들이 줄을 선다.

빠르게 퍼져 나가는 그의 소문. 그러나 강쇠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달갱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 때문이다.

토속적이면서 민초들의 삶을 담으려는 시도는 참신하고, 싱크로나이즈드를 모방한 장면이나 섹시하게 개조한 한복 등 사극에서 보기 힘든 몇몇 눈요깃거리는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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