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공공장소에서 노출하는 사람(남성)이 세칭 ‘바바리맨’이다. 얼마 전 고양시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부근에 전형적인 바바리맨이 나타났다. 파란색 쫄티와 청바지 차림에 모자를 눌러 쓴 20대 전후의 이 남자는 1층에서 서성이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여학생 앞에서 갑자기 자신의 신체 일부를 노출했다.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하고 엘리베이터 안에 경고문을 붙여 놨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잠재적 피해자일 수도 있는 여학생들이 다른 성폭력 범죄자와는 달리 바바리맨을 ‘정신이 약간 이상하고 심약한 남자’ 정도로만 보고 그냥 웃어 넘기는 풍조다.
바바리맨의 ‘희화화’는 각종 영화와 TV프로그램, CF 등에서 ‘별로 위험하지 않은 우스꽝스러운 범죄자’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한 채 자주 등장한다. 영화의 경우 ‘두사부일체’ ‘몽정기 2’ 등에서 힘도 없고 약간 모자란 듯한 모습으로 나와 감초 역할을 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가요 ‘텔 미’와 뮤직비디오에서도 익살스러운 연기가 등장한다. TV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의 형님뉴스 코너에서는 개그맨 한현민씨가 바바리맨으로 분해 코믹연기를 한다.
그러나 바바리맨은 어디까지나 범죄심리학적으로 변태성욕자, 성법죄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다. 바바리맨들은 일단 자신의 행동으로 주위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면 더 큰 관심을 원한다. 더 자극적이 되고 대담해져 나중에는 신체적 접촉 등 성폭력을 시도한다.
바바리맨은 ‘성범죄’의 일종이다. 바바리맨이 신체 특정부위를 노출했을 경우 형법 제245조 공연 음란죄를 적용 받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지는 이유다.
의학·심리학계에선 바바리맨에 대한 약물처리는 거의 없고, 상담과 같은 정신 치료가 가장 좋다고 한다. (바바리맨에게) 성장 과정 등에 대해 얘기를 하도록 하고 마음 속에 갖고 있는 갈등을 풀어 행동변화를 꾀하는 정신 상담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여고생들은 “바바리맨을 세 번 이상 안 보면 대학에 떨어진다는 말도 있어서 일부러 찾아다닌다는 애들도 있다”고 웃어 넘긴다. 일부이긴 하지만 정말 걱정스럽다. 한심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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