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타고 도쿄 공연 연일 매진 사례
(도쿄=연합뉴스) 17일부터 도쿄 하쓰다이(初台)의 신국립극장 무대에 오른 한일 합작 연극 '야키니쿠(燒肉) 드래건(한국명 용길이네 곱창집)'이 27일 막을 내렸다.
최종 공연을 보기 위해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마지막 대사가 끝난 뒤 한 사람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조명이 꺼진 무대를 향해 우렁찬 박수로 커튼콜을 보냈다.
이 연극은 일본의 고도성장기로 불리는 1969년부터 1971년까지 일본 간사이(關西)지방의 변두리 철로변 조선인 빈민촌에서 작품 이름 그대로 용길네 곱창구이집 '야키니쿠 드래곤'을 꾸려나가며 가난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재일 한국인 가족의 삶과 애환을 4계절의 흐름과 함께 무대 위에 수놓았다. 특히 한일 양국의 배우 14명이 한국어와 일본어를 번갈아 구사하며 연기 혼을 쏟아부어 갈채를 받았다. 한국어 대사에는 일본 관객을 위해 자막이 제공됐다.
공연 시작 전부터 실제로 양념 곱창을 지글지글 구워 극의 현장감을 돋우는 등 세심한 연출이 돋보인 '야키니쿠 드래건'은 재일동포의 삶을 다룬 무거운 주제여서 17일 첫 공연 때는 빈자리도 눈에 띄였지만, 언어는 물론 국적과 세대를 뛰어넘은 진한 감동과 웃음이 화제가 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관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일본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높은 평가를 얻은 '야키니쿠 드래건'은 중반 이후에는 연일 만원 사례로 인기를 이어갔다. 최종 공연 때는 아버지 용길 역을 열연한 신철진(52)과 훈훈한 인상으로 강인한 엄마 역을 소화한 고수희(31), 일본의 지바 데쓰야(千葉哲也) 등은 관객의 뜨거운 성원을 받아 3번에 걸쳐 다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개관 20주년을 맞은 예술의전당과 10주년을 맞은 일본 신국립극장이 2002년 공연한 '강 건너 저편에'에 이어 두 번째로 시도하는 공동 프로젝트로 한국의 신예 연출가 양정웅 씨가 정의신 씨와 함께 공동 연출을 맡았다.
일본 신국립극장의 성공적인 공연에 이어 다음달 20~25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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