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온 길은 '마이 웨이'였다"
(연합뉴스) "8남매 가운데 제가 여섯째입니다. 형제들이 일찍이 유럽과 미국으로 이민갔죠.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한두 명은 꼭 빠졌어요. 이번 제 공연을 계기로 42년 만에 8형제가 모두 만나 오늘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패티 김(본명 김혜자ㆍ70)이 "아이 러브 가이스(I Love Guys)~. 먼길 오느라 수고했다"며 객석을 향해 키스를 날리자 3천여 석을 꽉 메운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30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패티 김의 음악인생 5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꿈의 여정 50년, 칸타빌레'의 막이 올랐다.
옥빛 드레스를 입고 대형 초승달에 앉아 8m 높이에서 등장한 패티 김은 우아한 자태와 카리스마를 간직한 여신 같았다. 무대에 발을 내디딘 후 이브닝 드레스 자락을 살포시 들고 사뿐사뿐 리듬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
"제 심장 고동 울리는 소리가 들렸나요? 이 나이에 여러분 즐겁게 해드리려고 8m 위에 앉는 모험을 했어요. 제 생애 최고의 공연이 되도록 애썼습니다."
40~60대 중장년층이 자리를 메운 객석에서는 웃음과 함께 "누님, 사랑해요"가 터져나왔다.
2부로 구성해 모두 2시간 넘게 진행한 공연에서는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별들에게 물어봐' '빛과 그림자' '사랑은 생명의 꽃' '이별' '사랑은 영원히 '등 수십 년간 대중과 함께 한 히트 곡들이 흘러나왔다.
공연과 함께 발매한 50주년 기념 음반에 담은 '나의 노래' '내 친구여' 등 신곡을 처음 공개했고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에선 어머니의 사진이 영상으로 클로즈업 되자 "돌아가시는 날까지 나의 No.1 팬이었던 어머니께 이 곡을 바친다"고 말한 후 열창했다.
젊은 날 보다 목청의 힘이 빠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흉성과 두성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내는 진성과 가성은 철저한 자기 관리의 결정체임에 틀림없었다.
이날 공연에는 축하 사절단으로 25년간 함께 한 음악 디렉터 겸 편곡자인 조지 헤르난데스, 국악인 겸 배우 오정해, 가수 이승철이 참석했다.
패티 김은 백발의 노신사 헤르난데스의 지휘에 맞춰 라틴 곡을 열창했고, 오정해와는 '칠갑산', 빨간 장미를 건넨 이승철과는 '그대 없이는 못살아'를 듀엣으로 부른 후 "아~ 옛날이 그립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패티 김의 유머와 위트는 순간순간 노련한 힘을 발휘했다.
가슴이 깊이 패인 드레스를 입고선 2, 3층 관객을 향해 "위에서는 안이 들여다보이십니까? 그리 많이 패이진 않은 것 같은데"라고, '사랑이란 두글자'를 부르다 가사를 틀리자 "노래 순서와 가사 외우기가 힘들어요. 3~4분 만에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가사를 조금 잊어먹었네요"라며 객석의 합창을 유도했다. 또 공연장에서 판매하는 음반 가격을 잘못 말했다며 추가 앙코르 곡으로 '서울의 찬가'를 선물했다.
'마이 웨이(My Way)'가 흐르는 가운데 패티 김의 젊은 시절 흑백 영상이 흘러나왔다. 원피스를 입고 오드리 헵번처럼 차에서 내리는 모습, 일본 거리를 도도하게 누비는 모습, 군인들 앞에서 노래하는 모습 등 젊은날의 미모와 'S라인'은 다시금 감탄을 자아냈다.
"확실히 제가 걸어온 길은 '마이 웨이'였어요. 앞만 보고 오늘을 맞이했습니다."
패티 김은 이 한마디 말을 던진 후 가슴이 벅차오른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시절을 함께 한 관객의 손을 일일이 잡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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