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할리우드 키드'가 아니더라도 영화관은 누구에게나 추억의 장소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본 만화영화의 즐거움, 첫 데이트의 설렘, 다른 세상과의 만남 등등. 영화를 보며 꿈을 키웠던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관은 특별한 곳이다.
칸국제영화제가 지난해 60주년을 맞아 의미있는 기획을 했다. 35명의 거장에게 '그들 각자의 영화관'을 담아보라고 한 것. 질 쟈콥 집행위원장이 프로듀서를 맡은 이 영화는 '그들 각자의 영화관'이라는 제목의 옴니버스 영화가 됐다.
참여한 감독의 면면이 화려하다. 현세대 세계 영화계를 대표할 만한 감독들이 칸의 요청에 선뜻 응했다.
라스 폰 트리에, 구스 반 산트, 첸 카이거, 유세프 샤힌, 조엘ㆍ에단 코엔, 글로드 를르슈, 장이이모우, 왕자오웨이, 기타노 다케시, 켄 로치, 빔 벤더스, 로만 폴란스키, 데이비드 린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등 세계 영화팬들의 환호를 받는 35명의 감독들이 참여한 것.
3분 이내로 만들어진 영상은 모두 마치 콩트처럼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긴다. 그들에게 영화관은 어떤 의미였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당연히(?) 상업적이지 않지만 거장들의 가슴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어느 좋은 날'은 낡은 영화관을 홀로 찾은 한 농부를 담았다. 필름이 오래돼 자꾸만 끊긴다. 하릴없이 기다리는 농부.
난니 모레티 감독은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의 일기'에서 '가을의 전설' '매트릭스'를 본 경험을 수다스럽게 펼친다.
장 피에르ㆍ뤽 다르덴 감독의 '어둠 속에서'는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소매치기를 하려는 소년과 손수건을 찾으려는 한 여자의 손이 포개지는 것을 포착한다.
장이모우 감독은 하루 종일 야외 상영이 시작되는 걸 기다렸다 막상 영화가 시작되자 잠이 드는 한 시골 소년의 순수한 모습을 그린 '영화 보는 날'을 내놓았다.
차이 밍량 감독은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노년의 어머니가 함께 영화를 보는 판타지적 요소를 살린 '꿈'을 소개했으며,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그 남자의 직업'에서 잔혹하지만 웃음이 터져 나오는 B급 영화 스타일을 자랑한다.
이렇듯 감독들마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상상력과 창조, 추억의 공간이었음을 고백한다.
디지털 카메라, 멀티플렉스로 대표되는 기술의 변화가 극장을 새롭게 변모시켰음에도 대부분의 감독들은 영사기에 걸려 돌아가는 필름에 흑백 화면으로 추억을 담아냈다.
15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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