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편견 깨기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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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군인, 여성 조종사에 여성 우주인까지 나오는 시대다. 전통적으로 남자 분야라고 여겨졌던 곳에 여성들이 진출해 능력을 인정받는다. 여성 정치인, 여성 판·검사, 여성 기업가 등 여성의 활동이 대단하기는 하다. 그러나 높은 벽을 뛰어 넘은 소수의 이야기를 일반화했다는 의견들도 많다. 현실적으로 ‘남자 분야’로 이미지가 굳어버린 곳에 뛰어드는 여성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얘기다.

일반계 고등학교의 경우 자연- 공학과정을 선택한 남학생 수는 전체의 46%이지만, 여학생 수는 전체의 29.0%(2006년, 교육통계연보)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여학생들은 주로 자연계를 택한다.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여자 신입생 가운데 이공계 학생은 전문대학 15.3%, 4년제 대학 25.4%(한국교육개발원 교육인적자원 통계서비스, 2006)로, 남학생 이공계 신입생 수(전문대 52.0%, 4년제 대학 46.8%)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기계 분야는 여전히 여학생 기근이 심각하다. 기계공학과 100명 가운데 여학생은 두 세명에 불과하다. 기계 분야는 물론 공학 자체가 ‘상대적으로 힘이 세고 노동을 잘할 것 같은 남자들에게 적합하다’는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견이다. 기계공학에서 공구를 다루기도 하지만 이는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을뿐더러 요즘엔 컴퓨터 설계를 비롯해 전산 작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성별로 직업을 나누는 고정관념 때문에 여성 기근에 시달리는 분야도 꽤 있다. 성폭행 범죄가 늘어나는데 여성 피해자들이 상대적으로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여성 경찰이 부족하다. 경호 분야도 여성을 찾는다. 경호 업무가 많아지면서 외강내유형 여성들을 찾는 의뢰인들이 많다.

여자라서 못 가는 분야는 없다. 개인의 능력 차이가 있을 뿐 성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해 졌다. 체력을 이유로 입직하지 못했던 레슬링, 권투, 축구 분야에서도 여성이 활동하는 요즘 단순히 성별에 따른 직업 구분을 하는 인식은 사라져야 할 때가 됐다.

사회의 견고한 벽 때문에 특정 직업군에 도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건 사회로서도 손해다. 그만큼 능력 있는 인재가 나올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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