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기자페이지

두꺼비는 더터비·두텁·둗거비라고도 했다. 한자로는 섬여· 축추·추시·섬제·나하마 등으로 불린다. 주로 저산지대의 밭이나 초원에 서식한다. 산란기인 봄이 되면 연못에 모여들어 집단 번식을 하며, 장마 때는 인가로 모여든다. 먹이는 주로 곤충의 유충을 먹으며 육상달팽이·노래기·지렁이 등도 먹는다.

두꺼비에 관한 기록은 비교적 일찍 나타났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는 애장왕 10년 6월에 개구리와 두꺼비가 뱀을 먹은 사건이 기록돼 있고, 백제본기엔 의자왕 20년 4월에 개구리와 두꺼비 수만 마리가 나무 위에 모였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유사’ 전후소장사리조(前後所將舍利條)에도 지장법사가 가져온 사리와 가사를 지키는 동물로 기록돼 있다. 이처럼 두꺼비는 나라의 흥망을 나타내는 조짐으로, 또는 불보(佛寶)를 지키는 신령스런 동물로 여러 기록에 나타난다.

민간에서는 두꺼비가 나오면 장마가 든다고 하고, 두꺼비를 잡으면 죄가 된다고도 한다. 영남지방에서는 두꺼비가 허물을 벗는 것을 보면 길하다고 여긴다. 두꺼비는 의뭉스럽고 지혜 있는 동물로 인식됐다. 두꺼비에 관한 설화는 많다. 특히 두꺼비는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동물이고 신비한 능력을 갖춘 동물로도 나타난다. ‘두꺼비 보은’이란 설화는 두꺼비에게 밥을 나눠주던 처녀가 마을 당신(堂神)의 제물로 바쳐지게 되었을 때, 따라가서 사람을 잡아먹던 지네를 죽이고 자기도 죽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등장하는 두꺼비는 은혜를 갚을 뿐 아니라 한 마을의 화근을 제거하는 영웅적 행위를 한 동물이기도 하다.

시가(詩歌)·민요에도 많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흙 속에 주먹을 묻고 두꺼비에게 “헌집 줄 게 새집 달라”는 내용의 동요를 부르기도 한다. 두꺼비는 많은 우화·민담·민요 등에서 슬기롭고 의리 있는 동물로 형상화되고 있는데 이번 중국 쓰촨(四川)성의 ‘원촨(汶川) 대지진’에서 입증됐다. 지진 발생 사흘 전부터 쓰촨성 원촨현 인근의 몐주(綿竹)시와 장쑤(江蘇)성 타이저우(泰州) 등에서 두꺼비떼 수십만 마리가 이동하면서 전조를 가르쳐줬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겨 수십만 명이 참변을 당했다. 자연재앙 징후를 사전 감지하는 두꺼비들의 능력이 놀랍다.

/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