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죽음을 보는 눈 '디 아이'

(연합뉴스) 어릴 적 시력을 잃고 줄곧 장님으로 살아온 시드니(제시카 알바). 얼마 전 각막 이식수술을 받은 그녀는 이제 조금만 있으면 다시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이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내 주위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드디어 안대를 푸는 순간.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오래 자신을 돌봐온 친언니에 둘러싸인 채 설렘 속에 눈을 뜨자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다음 순간 기대하지 못한 존재들이 눈앞에 불쑥 나타나기 시작한다. 스멀거리며 떠다니는 검은 물체들. 바로 죽은 사람들과 이들을 데리러 오는 죽음의 사자들이다.

2002년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태국산 공포영화 '디 아이(The eye)'가 6년 만에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으로 돌아온다.

개안(開眼) 수술을 받은 여성이 시력을 되찾은 후 죽은 사람들까지 보게 된다는 전반적인 이야기의 틀은 태국 판에서 그대로 가져왔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할리우드 버전은 공포와 긴장의 강도에서 이전보다 한참은 약해진 듯하다.

'눈'(目)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영화의 패착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시각이 아닌 청각에 있다.

영화가 상당부분 기대고 있는 공포의 장치들은 템포 조절 없이 앞뒤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효과음이다.

영화 속 장면에 녹아있지 못하고 화면 프레임 밖에서 인위적으로 넣은 티가 확연한 효과음은 관객을 놀래킬 뿐 두렵게 만들지는 못한다. 시각과 청각이 조화를 이룬 덕분에 공포가 영화 전체의 정서를 타고 흐르며 결국 소름으로 이어졌던 태국산 원작이 그리운 순간이다.

여주인공이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배우 제시카 알바이기 때문일까. 태국판에 비해서는 여주인공의 비중이 한층 커졌지만 이 역시 영화의 또 다른 단점이 됐다.

겁에 질린 표정의 여주인공은 공포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감정이입 대상.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시카 알바의 연기는 태국판 원작의 여주인공과 달리 밋밋하기만 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감독의 카메라는 애초부터 소스라치게 놀라는 눈빛이나 곤경에 처해 어찌할 줄 몰라하는 여주인공의 감정에는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비명이 흘러나오는 순간 카메라가 머무르는 곳은 겁에 질린 제시카 알바의 얼굴보다는 그녀의 '잘 빠진' 몸매다.

태국판을 홍콩 출신 태국 감독인 옥사이드 팡ㆍ대니 팡 형제가 공동연출했던 것처럼 프랑스의 신예 감독 다비드 모로와 자비에 팔뤼가 함께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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