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생들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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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초등학생들에게 문제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전효선 연구팀이 한국·일본·영국·프랑스 등 4개국 초등학교 4학년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국내외 교실학습 연구’ 결과다.

한국 초등학생들은 남을 이해하거나 존중하는 정도가 4개국 중 꼴찌였다. 특히 ‘사회생활에 필요한 질서와 규칙을 배우고 실천한다’에 응답한 학생이 18.4%에 그쳤다. ‘수업이 재미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35.2%에 불과했다. 프랑스(55%), 영국(48%), 일본(42.6%) 학생들 보다 수업에 흥미가 없는 셈이다.

‘공부하는 것이 좋다’, ‘교실에서 공부할 때 행복하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도 최하위였다. 수업에 흥미가 없다보니 집중도(16.5%) 역시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떨어졌다. 특히 ‘‘새롭고 도전적이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학습 활동이 많다”고 응답한 학생도 프랑스(5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학교 교육이 아이들의 흥미도 유발하지 못하고 창의성도 키워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중압감은 다른 나라 학생을 압도했다. ‘공부를 잘 하려면 수업을 잘 들어야 한다’는 비율은 한국이 72.6%다. 프랑스(1.0%), 일본(0.9%), 영국(0.8%)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요즘 잘못을 꾸짖는 담임 여교사를 6학년 학생이 급우들 앞에서 폭행하고, 초등 2학년생들이 힘이 약한 동급생에게 오줌을 강제로 먹이는 등 그러잖아도 초등학생들의 언행이 불량한 터에 교육과정평가원의 설문조사 결과는 심히 우울하다. 일부 학생들에게 문제가 전혀 없진 않지만 오늘날 아이들은 가정에서 ‘외둥이’이거나 형제가 적어 남을 위한 배려를 배울 기회가 적은 탓이다. 학교에서도 남을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사실 한국의 초등학교 수업 환경은 프랑스나 영국, 일본에 비해 몰입도 면에서 떨어진다. 지나치게 수업량이 많고 수동적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하는 바람에 수업이 재미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학교가 학생들의 현실을 잘 모르는 탓이다.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게 하려면 먼저 학급당 학생 수부터 줄여야 한다. 감성적이고 자연친화적인 학습 환경을 조성하면 학생들의 의식이 금세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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