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집 '루비ㆍ사파이어ㆍ다이아몬드' 발매
(서울=연합뉴스) 혼성그룹 자우림(이선규, 김진만, 구태훈, 김윤아)의 7집 '루비ㆍ사파이어ㆍ다이아몬드'는 다른 감독이 연출한 여러 편의 뮤지컬 사운드 트랙처럼 곡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빅밴드가 흥겹게 꿍꽝거리다가, 때론 전자 사운드와 충돌하고, 이선규의 기타가 '딥'한 소리도 낸다. 다행히 매 편의 주인공인 보컬 김윤아의 카랑카랑한 '여우 음색'이 트랙을 평평하게 고른다. 음반 전체에 자신감이 넘친다. '짝수 음반은 무겁고 홀수 음반은 가볍다'는 '자우림의 저주'가 이번에도 들어맞았다.
'오 허니(Oh Honey)'로 밝고 경쾌한 공연이 될 것이란 예고편을 때리더니, 꽤 서정적인 '반딧불'에서 숨을 죽이고, 김윤아의 음색이 1인 다역을 한 타이틀곡 '카니발 아무르(Carnival Amour)'에선 재기발랄 통통 튄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더 데빌(the DEVIL)'에서 록 사운드로 무게감을 준 후 이선규가 보컬로 참여한 '푸어 톰(Poor Tom)'에선 꽤 비장하다.
"1997년 데뷔해 자우림이 10년 넘게 간직한 음악의 보석상자를 연 거죠. 딱 열었는데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처럼 다채롭고 컬러풀한 음악이 나오는 거에요. 자우림이 낼 수 있는 색깔로 가득 찬, 정체성을 찾은 음반이죠."(김윤아)
"이제야 한 음반에서 조화로운 음악을 담게 됐어요. 음악적인 자신감을 느끼게 됐죠."(구태훈)
7집이 전작과 다른 점은 네 멤버가 쌓아온 좋은 기억이 처음으로 작업의 재료가 됐다는 점이다. 지금껏 늘 함께 있으니 공유한 기억을 되새김질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2002년 여름 일본 교토의 오랜 전통 여관에서 함께 술을 먹다가 반딧불이 나오는 계곡이 있다는 제보에 산에 오르던 기억('반딧불'), 1997년 빵집 여자를 짝사랑했던 이선규를 떠올린 '27', 유년기 비틀스ㆍ듀란듀란ㆍ올리비아 핫세를 좋아했던 20세기의 자신들을 생각하며 '20세기 소년소녀'를 완성했다.
사실 자우림은 그리 친절했던 그룹이 아니다. '이 노래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란 대중의 눈치를 보거나 걱정하며 작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목표는 자신에게 가장 좋은 음악이었고, 운 좋게도 대중이 받아들여 준 건 꽤 진실했던 덕택이라고 여긴다.
김윤아는 "늘 내 얘기, 생각을 담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그렇지 않은 노래가 딱 한 곡 있다"며 "1집의 '일탈'은 다른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는 얘기를 상상해 썼다"고 했다.
"데뷔 전 신림동 옥탑방에 모여서 이런 저런 작업을 했어요. 그때 '다른 사람이 들어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노래, 남을 만족시킬 수 있는 소재가 뭘까, 아! 일탈이구나'라고 생각했죠. 그 이후에는 단 한 곡도 없어요. 제가 원하는 것도 뭔지 모르는데 남이 원하는 건 체크할 수 없더라고요."(김윤아)
이들은 6집 이후 1년8개월의 공백기를 거치며 멤버들의 진가를 새삼 느꼈다고 한다.
그 사이 이선규는 김C와 프로젝트 밴드 페퍼민트 클럽으로 음반을 냈고, 김진만은 영화 음악 작업을 했다. 구태훈은 사운드홀릭이란 레이블을 운영하며 슈퍼키드, 벨라마피아 등의 신인 밴드를 양성했다. 김윤아는 아들을 낳고 엄마가 됐다.
8개월 된 아들의 사진을 자랑한 김윤아는 "전에는 내가 가진 에너지의 40%만 사용하면 됐지만 지금은 풀 가동 중"이라며 "임신하고 아기를 낳을 때까지 곡 작업을 했다. '엄마가 되면 내가 변화될까'란 기대를 했는데 정말 더 자유로워진 것 같다. 음악작업이 나에 대한 제한을 해소하는 탈출구랄까"라며 음악인과 생활인의 경계를 잘 넘나든 뿌듯함을 표시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4'의 결말을 얘기하자 울상짓는 이선규, '1박2일'에 이선규가 나가면 재미있을 거라며 '깔깔' 대는 김윤아, 인터뷰 도중 김윤아에게 나방이 날아들자 손으로 휘휘 저어주는 구태훈, 일렉트릭 콘트라베이스를 구입했다고 자랑하는 김진만. 제각각이지만 조화를 이루는 멤버들은 7집의 음악과 맞닿아 있다.
지금도 밴드 음악에 입문하려는 이들은 자우림의 음반을 찾아 듣는다. 홍대 클럽 인디밴드는 그곳에서 잉태한 자우림의 성공을 보며 꿈을 키운다. 이것이 자우림이 11년째 음악을 하는 원동력이다. 7월 4-5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야외 공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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