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 AP=연합뉴스) 쿠바 정부는 평화와 사랑을 테마로 한 히트곡들을 남긴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업적을 기린다며 아바나 시내에 그의 이름으로 공원을 조성하고 지난 2000년 레넌의 동상까지 설치했다.
발을 꼬고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에 발 밑에 히트곡 '이메진'의 가사가 스페인어로 새겨져 있는 레넌 동상이 설치된 곳은 아마추어 가수들과 비틀스 팬들이 모여 실력을 겨룬 '록음악 공원'이었으나 동상 설치와 함께 레넌 공원으로 개명됐다.
레넌 공원은 아바나를 찾는 여행객들이 한번쯤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으나 레넌 얼굴에 걸쳐져 있는 안경이 2번이나 도난당하면서 은퇴자 4명이 동원되어 레넌의 그 유명한 둥근 테의 안경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올해 89세로 레넌 안경 경비일을 하고 있는 환 곤살레스는 "매일 동상을 지켜야 한다. 만약 동상을 지키지 않으면 안경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곤살레스는 공원에 개미가 많아 때로는 성가시기도 하지만 이웃들과 한담을 하며 지내기에는 좋다고 밝히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정작 레넌의 음악은 별로라고 말했다.
경비원들은 혹시 안경이 없어질 것을 염려한 나머지 아예 안경을 호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관광객들이 나타나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안경을 동상얼굴에 걸치는 궁여지책을 강구했다.
쿠바 정부는 레넌이 암살당한 지 20주년이 되는 지난 2000년 12월8일 그의 동상을 설치했다.
피델 카스트로는 한때 비틀스가 반역과 이기적 소비주의의 상징이라고 비난했으나 예상 밖으로 동상 제막식에 나타나 레넌 생전에 직접 만나보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카스트로는 레넌 동상은 과거에 행해진 탄압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했으나 탄압에 대해 사과하지는 않았다.
레넌 동상 제막후 몇 주일이 지나지 않아 안경이 없어졌으나 누군가가 첫 번째 안경보다 더 그럴듯한 안경을 기부함에 따라 한 고비를 넘겼다.
공원 관리당국은 안경이 또다시 없어지자 합금으로 안경을 만들어 아예 고정시키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결국 경비원들을 두고 레넌의 안경을 지키기로 했다.
쿠바에서는 오늘날 관영TV가 비틀스의 공연 장면을 자주 방영하고 있으며 전문 음악가들은 물론 학생들도 학교에서 비틀스곡을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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