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오는 8월 베이징올림픽을 국가 차원의 도약, 그리고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의 계기로 삼기 위해 지극정성으로 공을 들여왔다. 올림픽과 관련한 어떤 사소한 말썽꺼리, 불협화음도 허용치 않고 국가 인프라개선 및 경기장 건설에 400억달러 가량을 쏟아 부으며 중국인들이 행운의 날로 믿고 있는 8월8일을 개막일로 택했다.
그러나 3월12일 티베트 독립 시위가 돌출하면서 이후 국제사회의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과 함께 성화봉송 과정에서 반중국 시위까지 번져 나가면서 중국이 과연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낳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올림픽 개막을 88일 앞두고 쓰촨(四川)성을 강타한 지진이 9만명 가량의 사망·실종자를 낳고 75조원 가량의 경제손실을 끼쳐 우려감은 더더욱 커졌다.
지난 2월 50년 만의 폭설로 교통, 전력, 물류 대란을 겪은 데 이어 4월엔 500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산둥(山東)성 열차 충돌사고, 5월초 3만명 가까운 환자가 발생한 수족구병이 터지는 등 잇따른 악재로 ‘안전 올림픽’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지진발생 이후 1개월간 중국 정부가 보여준 대응 태도는 이런 회의감을 어느 정도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참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는 데다 중국 당국이 종래와 달리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국내외로부터 긍정적인 시선을 받았기 때문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직접 재난 현장을 찾아 진두지휘를 하는 등 국가 지도자들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대처하기도 했고 고립지역의 구조를 위해 공수부대를 소집하는 등 14만명의 병력이 구조작업에 투입됐다.
여기에 ‘선혈이 낭자한’ 참사 소식을 언론을 통해 보여주고 외국 구조대의 투입도 마다하지 않는 개방적인 태도도 한몫했다. 이런 정황들은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정서와 반중감정을 일거에 상쇄시키며 티베트 문제를 망각시키고 세계 각국으로부터 올림픽 지원을 약속받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처럼 중국은 ‘지진외교’를 통해 한국, 일본, 러시아 등과 외교관계를 더욱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중국은 지진참화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모양이다. 죽은 사람들만 불쌍하고 억울하게 됐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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