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제

고유가 타개책의 하나로 흔히 카풀제를 말한다. 나홀로 타는 자가용 승용차가 아니고 더불어 타자는 카풀제는 사회적 약속의 미덕이다.

실제로 출근대 자가용 승용차의 85%가 나홀로라는 당국의 표본조사 발표도 있다. 기왕 가는 길에 같은 방향이면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태워주는 것은 서로간의 인정이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되고 있다. 우선 선심을 베풀만한 인정이 미흡한 탓도 있지만, 또 이만이 아니다. 카풀제 취지로 태워주었다가 만약에 사고가 나면 생기는 책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베푼 선심이 재앙으로 돌아올 수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운전하다가 다치는 것은 형사책임이 없으나 동승자가 다치면 과실치상죄가 성립된다. 민사책임도 발생해 손해배상이나 위자료 청구소송이 제기된다. 이런 법정 다툼의 사례가 없지 않다.

카풀제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손수운전자가 여성일 것 같으면 늑대같은 남성 동승자를 태울 수가 있고, 손수운전자가 남성일 것 같으면 꽃뱀 같은 여성 동승자를 태울 수 있는 경계심 때문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교외에서다. 친구 차를 타고 가는데 어떤 여성이 길에서 손을 드는 것이다. 그러나 핸들을 잡은 친구는 모른척 지나치는 것이다. “버스도 없는 것 같은데 태워주지 그러느냐”고 하니까, “잘못 태웠다가는 성희롱 당했다는 억지 신고를 당하기가 십상이다”라며 아예 안 태우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생각컨데 여성 손수 운전자들 역시 늑대 남성을 우려, 동승시키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을 것이다.

답답한 것은 또 있다. 택시 합승이다. 택시 또한 먼저 탄 손님이 가는 방향과 같을 것 같으면 뒷 손님을 태워 나쁠게 없다. 휘발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이도 연료 절약이다. 그러나 택시 합승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금지된 이유가 나쁜 것도 아니다. 합승만을 노리는 승차거부 등이 있을 수 있고 또 요금 산정에도 시비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업용 택시는 합승을 금지한다 해도 자가용 승용차 합승은 법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고, 취지도 좋으나 앞서 밝힌 것 처럼 문제점이 적지않다. 그렇다고 문제점 해결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동승시키면서 사고가 나도 책임을 안 진다는 각서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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