愚者二題

명의 편작(扁鵲)이 채(蔡)나라 환후에게 말했다. “임금님께선 병이 살갗에 닿아 있습니다” 환후는 “과인에겐 병이 없소”하고는 편작이 물러간뒤 “의원이랍시고 병도 안 난 것을 두고 공을 세우려는군”하며 비웃었다.

열흘후 편작은 거듭 말했다. “병이 살속에 들어 있습니다”라고 했으나 환후는 대꾸도 안했다. 또 열흘이 지났다. “임금님의 병이 장에 이르렀습니다”라고 하자 환후는 외면했다.

다시 열흘뒤에 편작을 본 환후는 피해 버렸다. 편작은 탄식했다. “병이 살갗에 있을 땐 찜질로 고치고, 살속에 들었을 땐 침질로 고치며, 장에 스몄을 땐 화제로 고칠 수 있으나, 골수에 있게 되면 운명에 맡길 수 밖에 없는데 임금님의 병은 이미 골수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닷새가 지나가 환후가 몸이 아파 편작을 찾았으나 이미 진(秦)나라로 가버렸고 환후는 닷새가 더 지난 뒤에 죽었다.(韓非子·喩老篇)

송(宋)나라 양공이 정(鄭)나라와 싸울 때다. 지금의 하남성에 있는 홍수에서 정나라를 도우려고 오는 초(楚)나라 원군을 맞이했다. 이때 아랫 사람이 물을 건너고 있는 초군을 총공격하자고 했으나 양공은 “군자는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놔두었다.

이윽고 초군이 물을 건넜으나 진용이 정돈 안됐으므로 거듭 공격 건의를 받고도 “정당하지 못한 비겁한 짓”이라며 공격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진용을 갖춘 초군과 싸운 양공의 군사는 대패하고 말았다.(十八史略·春秋左氏傳)

채나라 환공의 죽음을 두고 노자(老子)는 말하기를 ‘인간사의 화복도 그와 같다’면서 ‘그러므로 성인은 일을 일찍이 처리한다’고 했다고 한비자는 전한다. 또 송나라 양공의 부질없는 아량을 어리석음으로 비유해 ‘송양지인’(宋?之仁)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생각컨대 채나라 환후는 너무 약삭빠르고 송나라 양공은 너무 물러터졌던 것 같다. 그러나 남의 말을 잘듣는 것도 탈이지만, 남의 말을 잘 안듣는 공통점은 어리석음의 두가지 유형으로 옛날 일만은 아닌 지금의 세태 이기도 하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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