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먼트 일원으로 데뷔 음반 발표
(연합뉴스) 비지(본명 박준영ㆍ28)는 힙합계의 숨은 실력자다. 유명 힙합 스타들에게 인정받는 래퍼다.
드렁큰 타이거로 활동하는 타이거 JK, 에픽하이, 다이나믹 듀오, 양동근, 은지원 등이 소속된 힙합크루 무브먼트의 일원이며 이들의 음반에 작사, 작곡, 랩메이킹 등 7년간 100여 곡에 참여했다.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에도 백업 래퍼로 15~20번 가량 출연했다.
비지가 2001년 뉴질랜드에서 건너와 한국에 정착한 지 7년 만에 데뷔 음반 '비저너리(Bizzionary)'를 냈다.
서울에서 태어난 비지는 7살 때 이모가 있던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갔다. 1991년 한국에 있던 부모와 형이 뉴질랜드로 이민가자 비지도 뉴질랜드로 건너가 중ㆍ고등학교를 마쳤다. 오클랜드의 한 대학에서 중국어와 호텔경영학을 공부하다 휴학한 상태다.
음악을 위해 한국땅을 밟은 것은 사실 1999년이었다. 어린 시절 친구 중 한 명이 당시 한국에서 가수로 성공했는데 함께 하자는 제안을 했다. 당시 비지는 드렁큰 타이거의 팬이었고 '혹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뉴질랜드에 살 때 '자니윤 쇼'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봤는데 미친듯이 랩을 하는 래퍼가 있었어요. 환호를 받고 나가더라고요. 드렁큰 타이거라는 걸 알았고 홀딱 반했죠."
그러나 당시 비지는 가수 친구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갔다. 슈퍼마켓 카운터, 나이트클럽에서 병 모으기 등의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50 달러에 턴테이블을 구입해 2년 가량 DJ로 일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호텔경영학으로 진로를 선택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욕심과 의지가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해 2000~2001년 음악학교인 스쿨 오브 오디오 엔지니어(School of Audio Engineer)에서 오디오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때가 인생에서 최고로 열심히 산 시기라고 한다.
"음악학교 학비가 총 코스에 7천 달러로 무척 비쌌어요.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었죠. 졸업 작품 때 파트너이던 뉴질랜드 원주민 친구와 몇곡을 더 만들어 데모 음반을 완성했어요. 졸업장과 데모 음반이 있으니 다시 한국으로 '렛츠 고' 했죠."
2001년 한국에 다시 와 친구의 집에서 6개월 간 머물며 음악 장비를 풀어놓고 기획사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데모 음반을 들고 유명 기획사를 찾았는데 외모도 뛰어나고 랩 실력도 좋아 퇴짜를 맞은 적은 없다. 다만 그룹 멤버로 활동하라는 제의가 많아 거절했다.
당연히 한국 생활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월셋방의 물과 전기가 끊긴 적도 있고 남에게 손을 벌리기 싫어 30~40분 거리를 걸어간 적도 있다.
이때 지인을 통해 양동근의 프로듀서인 스모키 제이와 그의 20년 지기 친구인 가수 이현우를 만났다. 스모키 제이는 "이 바닥에 너보다 잘하는 애들이 깔려있다"며 무시했고 비지는 오기로 매일 찾아가 끝내 인정을 받았다. 양동근의 백업 래퍼로 공연을 하면서 그때서야 드렁큰 타이거를 처음 만났다.
"드렁큰 타이거 형은 제가 공연을 보면서 처음 소리를 지르게 만든 래퍼예요. 첫 만남 때 제가 '형의 팬이었다'고 하자 안 믿더라고요. 하지만 세심한 부분까지 챙겨주며 아껴줬죠. 지난해 형과 윤미래의 결혼식에도 초대해줬습니다."
데뷔 음반에는 7년간의 한국 생활이 고스란히 담겼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경험담을 담은 타이틀곡 '헤어진 다음날'은 이현우의 동명 히트곡을 샘플링 했으며 이현우가 피처링을 해줬다.
양동근, 드렁큰 타이거, 윤미래 등 무브먼트 가수들의 백업 래퍼로도 활동한 덕택에 이들이 총 출동한 노래 '무브먼트 4'도 담겼다. 윤미래는 '데이&나이트(Day&Night)', 양동근은 입대 전 '체인지(Change)'에 피처링 참여를 해 힘을 실어줬다.
"사람들은 저를 늦둥이 가수라고 해요. 하지만 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칫 악의 구렁텅이로 빠질 수 있었지만 제 방이 아무리 컴컴해도 음악만 있으면 됐어요. 결국 얻은 해답은 음악없이 못 산다는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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