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군대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23일 0시쯤 포항시 남구 해안가에 있는 해병대 초소 지붕이 무너져 병사 3명이 숨졌다. 콘크리트 기둥에, 지붕이 슬러브 형태인 이 초소는 지어진 지 40년 됐다고 한다. 초소 건물 붕괴로 장병이 숨진 사고는 처음이다. 초소 지붕에 설치돼 있는 열상감지장비(TOD)를 가리기 위해 1개당 10㎏인 모래주머니 40개를 올려놓은 것이 사고의 직접적 요인이 된 것으로 지목된다.
해병대는 “4개월 단위로 경계근무조를 바꾸는데 이 때 안전진단과 보수교육도 병행한다”면서 “지난 4월10일 사고 초소 근무자들을 투입했을 때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육안 검사 만을 통해 콘크리트 건물의 안전성을 진단하는 것은 하나 마나 한 일이다. 과학적인 안전진단이 선행됐다면 지붕에 400㎏의 모래주머니를 쌓는 위험천만한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강안 초소 현대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해·강안 초소는 대부분 콘크리트로 지어져 내부에 습기와 곰팡이가 많아 장병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은 상식이다. 현재 GOP(전방관측소) 지역의 초소 위주로 현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해·강안 초소의 개선 작업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군 당국의 입장 표명도 당치 않다.
비단 해병대뿐 만이 아니다. 전국 각처에 있는 전군(全軍) 초소가 다 마찬가지일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휴전선 접경지역인 경기도, 강원도엔 군 초소가 상당수에 이른다. 포항의 해안 초소처럼 낙후된 곳이 많을 것이다.
초소에서 근무하는 군인은 거의가 사병들이다. 전방이나 후방이나 위험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국토방위를 위하여 근무하다가 초소 붕괴 같은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면 실로 비통한 일이다. 국방예산 중 초소 보수에 쓸 수 있는 ‘작전시설 개선비’가 고작 230여억원이라고 한다. 해병대가 좋아 지원했던 아들들이 희생 당한 유가족들은 지금 억장이 무너졌을 터이다. 첨단무기 확보도 중요하지만 장병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 역시 시급하다. 군 초소의 대대적인 정비와 현대화가 절실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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