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현재 재외동포 인구가 169개국 704만4천716명으로 집계됐다. 웬만한 국가의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거주지의 치안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동포는 언제 어디서건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계획적인 범행의 대상이 된다면 거의 속수무책 상태다.
최근 멕시코의 미국 접경도시 레이노사에서 여성 1명을 포함한 한국인 5명이 멕시코 범죄집단에 납치됐다 9일만에 전원 구출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풀려난 이들이 미국으로 밀입국을 기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지만 일단은 안심이 된다. 1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 중 탈레반 세력에 납치된 모 교회 신자들의 인질사태의 악몽이 떠올라 국민들이 가슴을 졸였기 때문이다. 주재국 사법 당국과의 긴밀한 공조체제 속에 우리 외교 당국의 기민한 대처로 피랍자들이 무사했지만 재외동포 안전문제를 다시금 점검해보는 계기가 됐다.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철수 등을 요구하며 정치적 목적의 납치극을 벌인 탈레반과는 달리 이번 사건은 범인들이 몸값을 요구한 점으로 미뤄 금품을 노린 단순 납치극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액수의 다과나 인질의 규모에 상관없이 인명을 담보로 저질러지는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라는 점에서 유사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외교통상부가 교민의 안전 보호 등을 위해 재외동포영사국을 신설하고, 경찰 역시 재외공관 주재 외사관 숫자를 파격적으로 늘리긴 했다. 경찰의 경우 2005년 말까지만 해도 미국과 일본, 캐나다 등 교민들이 많은 11개국 18개 공관에 외사관을 파견했으나 그 이후 영국과 독일, 베트남, 멕시코, 태국, 중국 등 총 10개 지역에 총경·경정급 간부 30명을 추가 배치했다. 그러나 외사관의 숫자가 늘었다고 해서 안심할 문제는 아니다.
불과 1∼2명의 인력만으로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십만명에 이르는 교민사회의 치안수요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교민 스스로도 범죄의 억울한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현지 치안 상황에 맞춰 평상시 대처요령을 숙지하고 조심하는 습관을 지녀야 되는 이유다. 더불어 정부는 이번 사건을 재외동포 신변안전 보호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고 향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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