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최고의 권부(權府)다. 대변인은 청와대의 입이다. 대통령의 의중을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 소임이다.
그런데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지난 24일 수도권 문제를 두고 한 말도 그렇다.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해) 선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무게 중심을 지방쪽에 두는 게 좋겠다는 배려 차원이다” “지방에 대한 배려와 수도권 규제 합리화는 궁극적으로 같이 이뤄질 것이다. 다만 현 상황에 비춰볼 때 지방에 대한 배려를 조금 더 먼저 한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대변인 이동관은 말했다.
언뜻 들으면 도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고, 자세히 들으면 귀신 씨나락 까먹은 소리다. 지방을 수도권 지방 비수도권 지방으로 구분, 수도권을 역차별화하는 전 정권의 이분법 논리를 대통령 이명박이 계승하는 훼절을 견강부회(牽强附會)하다 보니 말이 꼬이는 것이다. 속셈은 따로 둔 얼러맞추는 말로 수도권 민심을 달래고, 더욱이 경쟁력 강화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변인 말은 대통령의 무정견, 무소신을 그야말로 대변하는 말이다.
이집트의 우화에 이런 게 있다. 나일강의 악어에게 아기를 빼앗긴 어머니가 제발 아길 돌려달라고 사정 사정했다. 악어는 말했다. “내가 지금 아기를 잡아 먹으려고 맘 먹고 있는지, 아니면 돌려주려고 맘 먹고 있는지 정확히 맞추면 당신의 요구를 받아주겠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선의 눈물까지 흘렸다.
그러나 아기 엄마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말하든, 저렇게 말하든 악어가 틀렸다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자의에 속하는 궤변을 ‘악어의 논법’ 그리고 그같은 눈물을 ‘악어의 눈물’로 부르는 유래다. 청와대 대변인의 말은 곧 ‘악어의 논법’이고, 그중 수도권 규제 합리화 대목은 ‘악어의 눈물’인 것이다.
언어의 유희, 즉 말 장난이 너무 심하다. 청와대는 말장난하는 데가 아니다. 또 그런 말에 넘어갈 민도(民度)로 안다면 생각하는 것이 참으로 유치하다. 청와대 대변인 이동관의 말은 청와대의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영 씁쓸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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