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교회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기자페이지

우리나라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의 기본 급여는 1인 가구 16만원, 4인 가족 기준 126만원 정도다. 그런데 한국교회 절반이나 되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생활이 여기에 훨씬 못 미친다. 설교준비와 전도에만 충실해야 할 목회자와 사모들이 직업전선에 내몰리는 건 안타가운 일이다. 많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교단에서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주는 제도를 시행해줄 것을 요구하는 이유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는 2003년 최저생계비연구위원회를 결성하고 지금까지 기금 11억1천300만원을 적립했지만 시행 방법을 학정 짓지 못해 묵혀두고 있는 상태다. 예장통합은 2005년부터 목회자 생활비 지원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초기엔 목회자 생활비 보장에 맞췄으나 지금은 교회 자립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시적 지원보다는 구조적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러 개의 자립교회가 한 곳의 미자립교회를 돕는 방식이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최저생계비 대책 대신 2006년 총회 결의에 따라 교단 차원에서 미자립교회를 지원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도시 교회와 미자립교회와의 1대 1 결연을 통해 미자립교회를 돕고 있다. 기장 모범적으로 목회자 생활보장제를 시행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기독교장로회는 1천600개 교회 가운데 90% 이상이 참여해 400여 미자립교회를 지원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목회자 최저생활비를 목사, 준목, 전도사, 기관 파송 목사 구분 없이 90만원까지 확대했고 수혜 대상 자녀의 대학 진학시에도 자녀당 1회 5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각 교단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미자립교회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기초생활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성남 금광2동 은혜교회의 경우 차진홍 목사가 지난해 7월부터 학원 버스를 운전하고 있다고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5시간씩 꼬박 운전대를 잡는다. 헌금만으론 교회 유지 자체가 어려워서다. 더욱이 자녀 둘이 대학생이어서 사모도 제조업체에 출근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교회 전체가 농어촌 등 미자립교회의 생활비 지원에 나서야 할 때다. 봉사활동이라면 몰라도 목회자들이 돈벌이(?)에 나서는 건 서글픈 일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