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프 "서태지는 음악본질 아는 음악가"

(연합뉴스) "서태지의 '컴 백 홈(Come Back Home)'은 메시지가 좋고 사람의 영감을 일깨우는 노래더군요. 서태지는 음악의 본질을 이해하는 현명한 음악가입니다."

터키계 영국인인 작곡가 겸 지휘자 톨가 카시프(Tolga Kashifㆍ46)는 내달 27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2008 서태지 심포니'의 음악감독 겸 편곡자로 참여한다.

영국 왕립음악학교에서 지휘와 작곡을 전공하고 런던 필하모닉, 로열 필하모닉 등의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활동한 카시프는 퀸의 음악을 교향곡 '퀸 심포니'로 재탄생시키는 등 여러 음악 장르와 클래식을 융합하는 클래식 음악가로 유명하다.

서태지와 공연 작업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주 서울을 방문한 그는 5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서태지와 서로 악기 소리를 흉내내며 즐겁게 작업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록음악을 좋아한다"는 그는 "로열필하모닉과 작업 중인데 서태지 공연기획사가 로열필하모닉을 통해 참여 제의를 했다"며 "3개월 전 처음 서울에 와 전반적인 콘셉트를 잡았고 서태지와 관객을 놀라게 해주자는데 동의했다"고 공연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그때 우리는 컴퓨터로 공동 작업을 했다"며 "미술로 치면 스케치 작업이다. 함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진흙을 주무르는 작업을 한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편곡한 음악을 들고 와 서태지의 아이디어를 삽입하는 과정이었다. 서태지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특정 장면에 삽입된 작은 소리까지 짚어내며 의견을 내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두가지의 다른 음악이 만나는 작업은 흥미로운데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굿 퓨전(Good Fusion)'이라고 강조했다. 팝송과 클래식을 섞는 사운드는 '테러블(Terrible)' 하다는 표현을 쓰며 자신의 음악은 오케스트라를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태지가 명백하게 말하진 않았지만 이런 실험적인 작업을 무척 원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서태지 음악 내에 새로운 '애비뉴(Avenue)'를 만드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서태지는 한국에서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는데 호칭에 걸맞은 음악인이라고 느끼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푸근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탁구, 체스 등 각 분야에 재능있는 사람에게는 걸맞은 칭호가 붙습니다. 서태지의 음악은 멜로디가 창의적이고 가사에 희망과 긍정적인 미래를 담아 인상적이죠. 또 그는 매우 감각적이고 예민하며 오케스트라의 관습, 관례를 잘 이해하고 있어요. 음악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어 그와의 작업은 훌륭했습니다"

또 모차르트의 예를 들며 서태지 역시 인간과 음악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세계화에 주안점을 둔다는 점에서 문화 대사(Ambassador)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서태지의 음악을 클래식으로 편곡하는 작업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그는 "작곡가로서 본능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한다"며 "피카소는 자신의 감정이 나오는 대로, 자신이 행복해질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 나 역시 서태지의 음악을 듣고 마음에 드는 음률이 나올 때까지 임시로 악기를 연주한다. 또 여러 현악기 등과 잘 어울리는지 밑그림을 그려본다. 새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태지가 4년6개월 만에 발표한 8집의 첫번째 싱글에 대해서는 "콘서트에서 이중 한 곡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 뒤 "수록곡은 무겁지 않고 흥겨우며 가볍더라. 자유에 대해 잘 표현했고 흥을 돋워주는 노래였다. 수준있는 음반"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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