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하고 듬직했다. 뭣보다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의젓한 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척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5·고양시청)은 그렇게 해서 지난 16일 저녁 베이징 올림픽의 한국선수단에게 일곱번 째 금메달은 안겨 주었다. 연일 금메달이 이어지다가 전날 공친 금메달 가뭄을 속시원히 해갈시켜준 것이다.
여자 최중량급 +75㎏ 경기에서 인상 140㎏, 용상 186㎏으로 합계 326㎏을 들어올려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이날 장미란은 모두 다섯차례나 세계신기록을 스스로 경신하는 위업을 기록했다.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세계여자역도 여왕’의 등극은 이토록 찬란했다.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 중국의 무솽솽 불참으로 일찌감치 우승 후보로 지목되긴 했다. 국내 언론은 마치 당연히 금메달을 딸 것으로 보도하기가 일쑤였다. 만약 못 따면 역적이 될 정도로 장미란을 금메달로 몰아넣었다. 스타플레이어에게 지나친 부담감을 주는 이같은 보도가 과연 괜찮은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없지않다. 장미란은 “무솽솽이 나오지 않아 더 긴장됐다”는 우회의 말로 그간의 부담감을 토로했다.
모든 경기에는 이변이 있다. 가변성이 있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있다’고도 하고 ‘영원한 챔피언은 없다’고도 말한다. 이런 이변 말고도 선수 개인의 가변성으로 컨디션이 또 있다. 특히 역도 경기에서는 손가락이나 발가락 하나에 좀 이상이 있어도 제 기량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컨디션 관리를 잘해 제 기량을 십이분 발휘한 장미란이 고맙다. 선수는 상대와 싸우기 전에 먼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다.
고려대 3학년이다. “2학기엔 미래를 위해 수업에 더 충실히 할 계획”이라면서 “그냥 왔다 갔다 하진 않겠다”고 하는 말이 대견하다. 마지막으로 도전한 용상 186㎏을 불끈 들어올려 세계신기록 경신의 대미를 성공하고 나서는 두 손을 꽉 거머쥐며 기도했다. “하느님께 감사하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마웠다”고 한 것은 뒤에 밝힌 깜짝기도의 소회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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