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散考

※배드민턴의 셔틀콕은 무게가 4.75~5.5g이다. 거위털 14~16개가 꽂혀 마치 새털같은 이 반구형의 코르크가 약 2m앞에 두깨 1㎝의 판자를 놓고 남자선수가 강스매싱하면 판자를 깨뜨린다. 강스매싱한 초속(初速)의 시속이 무려 320㎞에 이르기 때문이다. 스매싱한 셔틀콕이 상대 선수에게 다달을 즈음의 종속(終速)은 약 60㎞로 감속되긴 하지만, 일반인의 눈엔 셔틀콕 행방이 어디로 날으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울만큼 빠르다.

배드민턴은 인도네시아의 국기(國技)다.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이효정(27)·이용대(20)조가 세계랭킹 1위인 인도네시아 노바 위디안토(31)·낫시르 리리아나(28)조를 세트 스코아 2대0(21-11, 21-17)으로 꺾은 환상의 콤비는 수비의 교란작전과 강스매싱의 속도전이 어울려 주효한 승전보다.

※이번 올림픽의 이색 메달리스트로 중국 귀화 선수인 당예서(27·대한항공)를 단연 1호로 꼽을 수 있다. 당예서는 한국에 온지 8년만에 여자탁구단체전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3-0으로 완파하는데 크게 기여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단체전에서 제2 조국에 메달을 안긴 그녀는 개인전에선 태어난 중국에 반역을 시도할 것이다. 지난해 한국 국적을 얻은 당예서의 한국행은 1988년 서울올림픽 직후 역시 중국 탁구선수로 있다가 귀화한 선배 자오즈민의 권유에 의한 것이다. 자오즈민의 귀화는 그무렵 한국 탁구의 귀재였던 안재형과의 국경을 넘은 열애에 의한 것으로 선풍적인 화제가 됐었다.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살고 있는 안재형·자오즈민 부부는 열일곱살 된 아들과 함께 세 가족이 며칠전 서울을 거쳐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으로 갔다.

※기왕이면 메달을 따면 좋고 금메달을 따면 더 좋다. 하지만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이 더 많다. 최선을 다 했으면 판정은 심판의 몫이다.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선수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

※고대 그리스 올림픽은 스파르타식이었다. 예를 들면 복싱 경기는 라운드 없이 어느 한 쪽이 넉다운 될 때까지 싸웠다. 물론 글러브나 안면 보호장치도 없었다. 근대 올림픽을 가리켜 ‘총성이 없는 전쟁’이라 하고, 그런 일면도 있지만 스파르타식은 아니다. 근대 올림픽은 평화와 인간 한계를 추구하는 아테네식 성격이 짙다. 노메달도 우리의 선수들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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