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살리기’?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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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건 적법적인 절차다. 문제는 영장 발부 전 국회동의를 받아야 하는 국회법이다. 172석의 다수 정당으로 체포동의안 처리에 열쇠를 지고 있는 한나라당은 소속의원의 자율권에 맡긴다는 입장이지만 검찰 출두를 거부하고 있는 문 대표에 대해선 비판적인 분위기다.

반면 제 1야당인 민주당은 ‘검찰의 사정정국 조성과 국회 길들이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반대 기류가 강하다. 체포동의안은 동료의원의 체포 문제를 다루는 데다 입법권 존중 문제 등이 걸려 있어 한나라당 의석이 다수라고 해도 가결이 쉽진 않다.

체포동의안은 국회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내에 표결해야 한다. 26일 예정된 본회에서 보고가 이뤄진 뒤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들어가는 것이 수순이다. 그러나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서는 여야 협의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체포동의안 상정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현재까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사례는 8건에 불과하다. 14대 국회에서 옛 민주당 박은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후 13년간 모두 부결됐다. 하지만 여야의 온도차는 다르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지금 검은 돈을 받아 문제가 되고 있는데 마치 민주투사나 된 듯 행동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한다. 반대로 민주당은 “검찰이 사정정국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정치권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체포동의안 카드를 꺼내든 것이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창조한국당과 공동교섭단체 ‘선진과 창조의 모임’을 꾸린 자유선진당은 ‘사건자체에 대한 검토가 먼저’라는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창조한국당은 “‘이재오 살리기’를 위한 정치 검찰의 정치보복”이라고 목소릴 높인다. 특히 문 대표는 “여권 컨트롤 타워인 이재오 전 의원을 정계에 복귀시키려는 정권의 포석”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잘못이 없다면 검찰에 자진 출석해 혐의를 밝히면 될터인데 안타깝다.

하지만 사악한 정치판에선 자고로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다. ‘남의 위기는 나의 기회’로 통한다. 4·9 총선에서 정치 신인 문국현 대표와 맞붙어 떨어진 뒤 미국에 가 있는 이재오씨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속내가 궁금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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